미국과 이란이 두 달을 훌쩍 넘긴 이란 전쟁의 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이란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진지하게 나올 경우에만 협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간의 정리 작업”을 위해 이란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15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그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진정성을 갖고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순간,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 해군과 협의할 경우 적국을 제외한 모든 선박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이란이 중국을 포함해 분쟁 해결을 위한 어떤 지원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이란이 “전략적 파트너”라며 “중국이 선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중국이 외교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1차 종전 협상 뒤 공전하면서 14~15일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중국 쪽 협력을 끌어내 이란 전쟁 상황의 진전을 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부과에 반대하며 해협의 재개방에 뜻을 같이했다고 거듭 밝혔으나, 중국 쪽에서는 조속한 전쟁 종식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약속받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은 이란과의 “휴전을 찬성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실상 그들의 군대를 전멸시켰다. 한 달가량 휴전했기 때문에 약간의 정리 작업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 작업이 무엇을 말하는지 부연하지 않아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이란과의 교착을 깨기 위한 일련의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진정성”을 전제로 20년 동안 핵 프로그램을 유예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협상장 안팎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 활동 중단 기간을 20년으로, 이란은 5~10년 제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받아들이겠다는 러시아의 제안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러시아 당국자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확인 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농축 우라늄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후반 단계로 미룰 계획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러시아의 제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