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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에서는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더그아웃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대만프로야구리그(CPBL) 중신 브라더스 소속 '대만 에이스' 정하오쥔(29)이 ⅓이닝 9실점의 부진 직후 부적절한 태도로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구단은 결국 고개까지 숙였다.
중신 브라더스 구단은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어제(13일) 경기 중 발생한 더그아웃 상황으로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정하오쥔 선수 역시 자신의 행동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중 저우지 야구장에서 열린 푸방 가디언스와의 경기였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정하오쥔은 1회초 시작부터 푸방 타선에 난타당하며 ⅓이닝 6피안타 9실점(모두 자책)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고 조기 강판됐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무려 9점을 내준 커리어 사상 최악의 투구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강판 이후였다. 대만 자유시보(LTN)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현지 중계 화면에 포착된 정하오쥔은 팀이 2-17로 15점 차 대패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에 팬들은 즉각 분노했다.
야구계 선배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전 일본프로야구(NPB) 선수이자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인 리두쉔은 자신의 SNS에 "이런 태도는 팬들과 경기장에서 끝까지 분투하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글을 남기며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구단은 해명에 나섰다. 구단 측은 "정하오쥔은 본래 승부욕이 매우 강한 선수이며, 부진에 대해 스스로도 큰 자책감을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신의 침체된 기분이 팀 전체 사기를 떨어뜨릴까 봐, 일부러 더 밝은 모습으로 동료들과 소통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팀 분위기를 위한 연출된 밝음'이었다는 취지다.
이어 구단은 "선수의 의도가 어떠했든, 프로 선수로서 경기장에서 보여준 표현 방식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통감한다"며 "향후 선수단의 멘탈 관리와 행동 지침을 더욱 강화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과거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를 거쳐 대만 무대에 입성한 정하오쥔은 지난 3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일본전 선발로 나섰다가 오타니 쇼헤이(32)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는 등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번 '웃음 논란'까지 겹치며 에이스로서의 입지는 물론 대만 팬심마저 차갑게 식어버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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