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치명적인 실수로 점수를 헌납했고 1점 차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고 제자는 공수 양면에서 완벽한 활약을 펼치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한화 이글스 주전 포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허인서(23)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6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포수로서도 투수진의 1실점 호투를 이끌며 팀의 10-1 대승을 견인했다.
효천고를 거친 허인서는 2021년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한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허인서는 첫 시즌을 치른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부동의 주전 최재훈이 있었기에 한화는 빠르게 허인서가 병역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잠재력을 터뜨릴 줄은 몰랐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이런 강렬한 임팩트를 뽐내진 못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다.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허인서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나타났다.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 허인서는 팀이 0-1로 끌려가던 1회말 1사 2,3루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선발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의 투구를 받은 뒤 건네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송구가 나왔다. 공은 에르난데스 옆으로 흘렀고 이런 실수가 나올 것을 예상치 못한 유격수 심우준도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결국 추가 실점을 했다.
에르난데스가 4회 2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불펜 투수들이 무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결국 2-3 한 점 차 패배를 당했다. 그렇기에 1회 실책 장면을 더욱 곱씹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경문(68) 감독은 어린 포수를 나무라지 않았다. 14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다 경험이다. (허)인서가 (프로에서) 처음 포수를 하고 있는데 포수는 블로킹이나 여러 실책이 나올 수 있는 포지션"이라며 "그 장면이 안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인서가 경험을 하면서 더 좋은 포수가 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6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한 허인서는 선발 정우주를 영리하게 이끌며 4이닝 1실점 호투를 도왔다. 이후 나선 불펜진들과도 호흡하며 추가 실점 없이 팀의 승리를 도왔다.
타석에서 활약은 더 빛났다. 2회부터 안우진에게 첫 실점을 안기는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노시환과 마찬가지로 초구부터 공략했는데 가운데로 몰린 공을 친 노시환과 달리 존 하단에 걸치는 슬라이더를 안타로 만들어냈다.
4회 삼진, 6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허인서는 8회 1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날려 팀의 추가점 획득에 힘을 보태고 이도윤의 3루타 때 홈까지 밟았다.
9회가 타격이 백미였다. 팀이 8-1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키움 투수 김윤하의 시속 133㎞ 슬라이더를 강타, 비거리 125m 대형 투런 홈런을 터뜨려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개인 8번째 홈런으로 31경기, 92타석만 나서고도 강백호와 팀내 홈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시즌 31경기에 나섰지만 주전 포수 최재훈에 밀려 많은 타석에 오르지 못했던 허인서는 최근 들어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는데 특히 5월 치른 10경기에서 타율 0.487(39타수 19안타) 6홈런 18타점 14득점, 출루율 0.535, 장타율 1.000, OPS(출루율+장타율) 1.535로 월간 최우수선수(MVP)를 향한 거침 없는 질주를 펼치고 있다.
허인서도 전날 실책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어제 1회 실책으로 팀이 실점하면서 경기 흐름이 좋지 않게 흘러갔고, 결국 1점 차로 패해 더 아쉬움이 컸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스스로 자책도 했다"면서도 "오늘은 다시 평소처럼 준비하려고 했다. 감독님께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시면서 자신감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굳건한 믿음은 좌절하지 않고 털고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됐다. 허인서는 "시즌이 너무 많이 남아서 조심스럽지만 이 정도로 성적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매 타석 집중하면서 경기에 나서다보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의미 있는 기록 경신에도 도전한다. 1989년 빙그레 시절 유승안 전 한화 감독이 기록한 프랜차이즈 포수 최다 홈런으로 21개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충분히 경신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다.
허인서는 "아직 의식은 아예 안 된다. 어차피 한 타석, 한 타석만 집중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먼 미래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재력은 그 이상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타율 0.316(79타수 25안타) 8홈런 25타점 21득점, 출루율 0.385, 장타율 0.646, OPS(출루율+장타율) 1.031에 득점권 타율도 0.471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타석수가 적음에도 홈런은 팀 내 공동 1위, 타점은 공동 3위까지 뛰어올랐다. OPS는 리그 타점 1위 강백호(0.974)보다도 높다.
현역 가운데선 강민호(삼성)와 양의지(두산), 더 범위를 넓히면 이만수와 박경완 정도의 거포형 포수로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30홈런 이상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풀타임 첫 시즌인 만큼 출전 경기가 많아질수록 체력적인 부담도 가중되고 상대의 분석도 더욱 철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인서는 "기분은 좋은데 그런 쪽에만 신경을 쓰면 제가 하고 있는 야구도 잘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 또한 허인서의 활약이 반짝한 뒤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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