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대상이나 액수를 정하진 않았고, 추상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열린 회담에서 “중-미(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호혜와 윈윈”이라며 “이견과 마찰에 직면했을 때 대등한 협상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열린 양국 경제·무역팀 협상에서 전반적으로 균형 있고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다”며 “양측은 함께 현재 어렵게 형성된 좋은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단에 미국 주요 기업가가 30명 이상 참석한 것을 강조하며 “중국과 무역·상업 분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경제·무역 분야에서 협력할 부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협력 리스트는 늘리고, 문제 리스트는 축소하겠다”며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전략적·비민감 분야의 무역·경제 교류 확대를 위한 ‘무역위원회’, ‘투자위원회’ 설립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어 두 정상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미국산 석유 수입량을 늘리는 데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선 3척이 중국을 향해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 있는 일로,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양국 에너지 협력 관계가 개선될 조짐일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이 관심을 갖는 품목으로 꼽히는 보잉 항공기 등의 매매 약속도 이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국의 대규모 항공기 주문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거나, 혹은 우리가 중국에 더 많이 판매하는 방법으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첨단 제품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완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 약 10곳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 구매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은 중동·우크라이나 정세와 함께 한반도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미·중 모두 한반도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나 급격한 위기 고조를 원하지 않는 만큼, ‘충돌 방지와 관리’ 차원에서 접근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