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자체 설계 칩의 생산 일부를 인텔에 맡기기로 초기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과 인텔은 애플 기기에 탑재되는 칩 일부를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설을 통해 생산하는 내용의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양사는 칩 생산과 관련해 1년 이상 집중 협상을 벌여왔고, 최근 수개월간 공식 계약 내용을 다듬었지만, 인텔이 애플 칩 가운데 어느 제품을 생산하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텔의 애플 칩 생산 수주는 실패를 거듭했던 파운드리 사업 재건의 중대 전기가 될 수 있는데, 양사 간 이번 합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물밑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과 여러 차례 만나 인텔과 협력 관계를 맺도록 설득해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회동 당시 쿡 CEO에게 인텔과의 협력을 직접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1월 "나는 인텔을 좋아한다"며 "우리가 (인텔에) 들어가자마자 애플과 엔비디아가 들어왔고, 많은 유능한 인재들도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약 90억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인텔 주식으로 전환해 현재 미국 정부는 인텔의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이번에 애플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이들 세 기업과 모두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됐는데, 앞서 엔비디아에서 50억 달러를 투자받고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머스크 CEO가 추진하는 대규모 칩 생산 설비인 '테라팹'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애플은 인텔 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도 칩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는데,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지금껏 자체 설계 칩을 대만 TSMC에서 생산해왔으나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TSMC의 생산 여력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칩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쿡 CEO는 지난달 30일 1∼3월 분기 실적발표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제품 구동 칩(SoC)이 생산되는 첨단 공정 가용성 때문에 공급 제약이 있었다"고 밝히고, 4∼6월 분기 이와 같은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애플이 인텔과 삼성전자 등 TSMC 이외의 파운드리 업체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와 같은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전환에 성공하면 애플로서도 TSMC 한 곳에 의존해왔던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등 정치적 고려까지 더해 인텔과 삼성전자의 미국 제조시설에서 자사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과 인텔은 2006∼2020년까지 맥용 프로세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애플이 자체 설계 칩으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결별했는데, 애플은 아이폰 첫 출시를 준비하면서 인텔에 스마트폰용 칩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인텔이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인텔 역사에서 중대한 경영상 판단 실패로 거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