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올 때 봄도 오는 겁니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의 시인 이원하의 신작. 풋풋한 어른의 사랑 가득한 첫 시집에서 남북 분단·경계의 서정으로 나직한 두번째까지의 거리가 흥미롭다. 그때 시적 거처는 제주, 지금은 파주. 계절을 거스르니, 보인다. “이별이 올 때/ 봄도 왔어야 했는데// 과거가/ 봄을 빠트려서/ 그렇습니다”. 문학동네, 1만2000원.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홀로 완역한 김정아 번역가의 에세이. 2025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완결하기까지가 열정 그대로 담겼다. 원전에의 충실성과 창조성 사이 고민하던 때 “독자가 읽기 쉬운 게 좋은 번역”이라는 이어령의 한마디가 ‘도스토옙스키 박사’에게도 길잡이가 됐다고. 샘터사, 2만8000원.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64)의 2001년 단편집. 화자의 자아가 가변적인 토카르추크 세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늘 내가 특별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고 여겼던 ‘나’가 낯선 도시에서 북들의 공연에 동참하는 표제작 등에서 자아와 자아, 인식과 오해 따위가 교차한다. 최성은 옮김, 은행나무, 1만9800원.
강물이 멈춘 날
미국 작가 월리 램의 2025년 장편. 3살 된 쌍둥이 중 하나를 우연한 사고로 죽이고서 수감된 아버지 코비. 목숨을 끊으려던 그가 교도소에서 들은 말이다. “기대는 요구에 가까워. (…) 하지만 희망은 기도 같은 거야. 희망을 포기하면 사람이 비뚤어져. 그러니 희망은 살려 둬야 해.” 그는 그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박산호 옮김, 리프, 2만2000원.
몰 플랜더스
‘로빈슨 크루소’(1719)의 작가 대니얼 디포의 악한 소설. “뉴게이트 감옥에서 태어나 육십여 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생애 동안 ( …) 십이 년은 매춘부로, 다섯 번은 남편의 아내로, 십이 년은 절도범으로 (…)”라는 내용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크루소에게 자연이 위기였다면, 플랜더스에겐 도시가 그랬다. 류경희 옮김, 문학동네,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