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24년 지구 표면온도는 1.55°C 상승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등 파괴적 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24년 평균기온이 14.5°C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약 9,107억 원에 달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일상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후 재난에 특화된 보험 상품은 매우 부족하다. 재난의 불확실성이 커 담보 범위 설정이나 수익성 확보, 정교한 요율 산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보장 공백은 취약계층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한다. 노인과 저소득층은 기후 재난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이 부족하며, 야외 노동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폭염이나 한파가 닥치면 일터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소득 상실 위험에 직면한다.
현재 기후 위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 미니보험 형태로 온열 질환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 실정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시민안전보험을 통해 기후 재난 보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포시는 자연·사회재난 사망 및 상해 의료비 항목을 추가했다. 서울시는 일사병·열사병 후유장해를 최대 500만 원까지 보장한다. 경기도는 기후 특보 발령 시 모든 도민이 온열·한랭 질환진단비와 기후재해 사고위로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취약계층에게는 정신적 피해지원금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보험 방식으로는 기후 리스크를 온전히 담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기후 재난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보험사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빈발하자 보험사들이 주택보험 가입과 갱신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 Insurance)', 즉 지수형 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기온·강수량·풍속 등 사전에 약정한 기상지표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방식이다. 손해사정 절차가 생략돼 대응이 빠르고, 보험료 부담도 적다. 소득상실 위험이 큰 농민이나 야외 근로자들에게 즉각적인 회복 자금을 제공하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해와 지급 보험금 사이의 괴리로 보험의 대원칙인 실손보상 및 이득금지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하다. 보험업계 역시 상생 금융 차원에서 기후 보험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의 보험 접근성 제고를 위해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기후보험을 사회 안전망 정책과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 보험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과 회복력을 지키는 사회적 인프라다. 재난의 피해가 가장 취약한 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기후 보험'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