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이 창립 70년 만에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주력인 제과 사업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매출 다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현금 창출 능력이 향상된 성과다. 여기에 신규 계열사로 편입한 바이오 투자 확대 등으로 자산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한몫했다. 이번 지정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내부 거래 투명성 강화와 더불어 신사업 성과 등 오리온의 넥스트 성장에 이목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2026년 대기업집단에 99위로 신규 편입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5조1430억원을 달성, 5조원 이상일 경우 지정되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충족했다. 계열사 수는 10개, 자본총액(4조4852억원) 중 부채총액(6383억원) 비율은 14.2%로 재무 구조도 건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자산 증액에는 제과의 해외법인 호조가 주요 요인이 됐다. 오리온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 7.3% 늘어난 3조3324억원, 영업이익이 2.7% 증가한 55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내수부진과 원자재 부담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출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견인하는 등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균형 전략이 성과를 보였다.
특히 해외법인에서 현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23년부터 오리온은 해외법인으로부터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법인별 속도 차는 있지만, 성장과 이익 회수가 병행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메가 브랜드(9개) 역시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바이오 부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 투자 성과도 성장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이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니다. 오리온은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 금지 등 35개에 달하는 규제 의무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10개 국내 계열사는 △오리온 △오리온제주용암수 △리가켐 △바스칸바이오제약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쇼박스 △오리온농협 △오리온수협 △더이로운파트너스 등이다.
오리온은 지주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며 전형적인 사익편취 구조가 해소된 상황이지만, 내부거래 감시 강화는 여전히 부담이다. 공시 강화에 따른 비용과 사업 전략 노출 부담이 있는 것은 물론 오너 3세인 담서원 경영전략본부장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차원의 비식품 계열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과 그의 부인인 오너 2세 이화경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지분 63.9%를 보유하는 지배구조다. 담 부사장의 지분은 1.23%다. 사익편취 규제 영향권에는 쇼박스, 오리온제주용암수,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등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공정위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공시 의무를 보다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이번 대기업집단을 기점으로 제과를 비롯한 식품사업을 비롯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제과 부문에서는 국내 진천통합센터를 구축 중이다. 해외 사업도 확장에 나선다. 베트남에선 신규 생산라인 가동과 함께 하노이 제3공장, 호찌민 제4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트베리 신공장동 건설이 진행 중이며, 인도에서도 초코파이 및 커스터드 설비 증설로 성장 속도를 높인다. 아울러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오리온은 현재 수협과 합작법인을 설립, 목포 조미김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리가켐의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리가켐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리가켐의 미국 보스턴 자회사를 중심으로 임상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과 기술 수출을 통해 기업 가치를 지속해서 높일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2024년 리가켐의 지분 약 25%를 5400억원에 사들인 오리온은 독보적인 ADC 기술 경쟁력을 존중, 당분간은 큰 경영 개입 없이 연구개발 측면에서 적극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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