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인사이트: 글로벌 질서를 읽다]
"'AI(인공지능) 거품'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전력, 컴퓨팅, 칩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수요는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일각의 AI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핑크 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AI 인프라를 향한 전 지구적 자본 흐름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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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공급부족 상태…'컴퓨팅 선물' 새로운 투자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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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이클 밀컨 밀컨연구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핑크 CEO는 AI 산업의 현주소를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정의했다. 그는 "미국은 전력과 컴퓨팅, 메모리 반도체 등 모든 면에서 결핍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이버 보안 분석 등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컴퓨팅 선물'이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핑크 CEO는 특히 AI 경제가 심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막대한 자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상위 기업이 승자가 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거나 합병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정부는 이 거대한 인프라 구축을 혼자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며 민간 사모 자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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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연결 10조 달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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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에 동석한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사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 CEO 역시 현재의 변화를 경제사상 중대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플랫 CEO는 "지난 10년이 고속도로와 철도를 깔던 시대였다면 향후 20년은 클라우드와 AI, 데이터 센터를 위해 지구의 전력망과 통신망을 다시 까는 '재배선(Rewiring)'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과정에 투입될 자본 규모를 최소 10조달러(약 1경4700조원)에서 많게는 20조달러(2경9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 CEO에 따르면 브룩필드 포트폴리오에서 1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광섬유와 AI 인프라 자산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플팻 CEO는 "10년 뒤 이 비중은 75%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1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1동을 짓는 데 최대 750억달러(약 100조원)가 투입되는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거대 투자 플랫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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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의 마법에 집중해야…'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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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물은 투자자들에게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장기 복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플랫 CEO는 "연 35%의 수익을 쫓기보다 연 12%를 아주 오랜 기간 벌어들이는 것이 금융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예로 들었다.
핑크 회장도 "수명이라는 '장기부채'(생존 비용)를 가진 개인이 은행 계좌에만 돈을 넣어두는 것은 최악의 결정"이라며 "AI 성장에 따른 자본 수익을 향유하기 위해 시민들이 국가의 성장과 나란히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랫 CEO는 이날 대담을 마무리하며 시장의 우려에 이렇게 답했다. "마이크,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