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시행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대한 손실보전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의 샅바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공정상 특성을 이유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산업통상부는 '원가 기반 정산'이 합리적이며 회계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 많은 손실보전 금액을 확보하려는 정유업계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3일 정부 부처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고가격제가 처음 도입된 올해 3월 13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발생한 정유사의 손실액을 재정으로 전액 보전할 계획이다. 정산 절차는 정유사가 원가 기반 손실액을 제출하면 회계법인이 1차로 검수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이를 최종 검증해 분기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논의의 핵심 쟁점은 '손실 산정 기준'이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여러 종류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해 내는 '연산품'의 산업적 특성상 휘발유와 경유 등 개별 제품의 정확한 원가를 분리해 산정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소 한 마리를 도축해 등심과 사태의 원가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듯이 휘발유와 경유 등의 개별 원가를 객관적으로 분리해 외부에 입증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투명하게 공개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기준으로 최고가격제에 따른 차액(기회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원가 기반의 정산이 합리적이며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고가격 산정 논의 초기 단계부터 정유4사와 소통하며 원가 산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물리적인 원가 분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합리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면 충분히 원가를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1년 이전에도 정유사들이 원가 산정을 진행한 바 있다"며 "이후 MOPS 기준으로 변화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유업계가 제시한 국제 가격 연동 방식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보였다.
양 실장은 "과거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MOPS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2100원 수준을 유지했다"며 "현재 정유사들이 국제 가격 연동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자체적인 셈법과 전략적 경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