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고점이 길어지면서 식품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내리는 단기 변동보다 높은 환율이 ‘내려오지 않는 상황’ 자체가 올해 경영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은 커지는데 가격 인상은 쉽지 않아 식품업계는 수출 확대와 내부 비용 절감 등 ‘버티기 전략’에 나섰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급격히 오른 환율은 올해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 기업들은 올해 최대 대외 리스크로 ‘환율 변동성 확대’를 꼽았다. 매출 확대와 글로벌 진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환율은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야 늘 관리해야 하는 변수지만, 작년부터 급격히 오르기도 했고 변동성 예측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원재료 수급이 불안정한데 고환율이 최근 그보다 더 크게 원가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환율은 물론 그 자체로 비용에 영향을 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 상호관세 인상 등도 식품업계로선 부담이다.
커피 제품 제조사의 경우 고환율 압박을 가장 많이 받는 대표 업계다.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수입액은 40% 이상 증가했다.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오른 결과다.
동서식품은 환 헤지를 통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기타 비용을 줄이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이디야커피도 전략적 원재료 수급과 효율적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원재료 업체와의 협상으로 단가 효율성을 높여 고객에 비용 전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에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와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동서식품 등 주요 커피 업체가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도 커피빈, 네스프레소 등은 가격을 올렸다.
올해 들어선 가격 인상이 특히 매우 부담스러운 카드다. 이재명 정부가 서민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가 유독 크기 때문이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물가에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은 내부 조정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들도 우선은 내부 체질 개선과 해외 매출 극대화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농심은 고환율로 인한 원재료‧물류비 상승 리스크에 대응해 우선적으로는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 물류 조달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수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카카오 등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오리온의 경우에도 우선적으로는 효율적인 원가관리에 집중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신규 구매선 개발, 원료의 글로벌 통합 구매 등을 통해 원가를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인 삼양식품의 경우 단기적으로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식품 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요 원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수출 물량이 큰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건설 등 현지 생산 확대를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환차손 최소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고환율은 원재료 수급에서 부담이 되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해외 현지 생산‧유통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자연 헤지’ 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일단 올해도 계속해서 해외 생산 인프라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극대화한 환율 변동성과 관세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체질을 전환해야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