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리츠발(發) 신용위험이 현실화됐지만,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정책성 안전판도 이미 작동하고 있어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27일 400억원 규모 단기사채를 지급하지 못한 뒤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사는 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적용도 신청했다. ARS는 법원 감독 아래 채무자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고, 해당 기간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는 절차다.
이번 유동성 위기는 핵심 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가치 하락에서 비롯됐다. 감정가 하락으로 선순위 담보부대출 약정상 캐시트랩(Cash Trap·자금동결) 사유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현금 유입과 추가 차입 여력이 제한됐다. 여기에 단기 차입금 상환 부담이 겹치면서 유동성 대응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상환 일정도 짧은 기간에 몰려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달 4일에는 벨기에 자산 관련 스왑계약 정산금 지급이 예정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차입금 구조를 보면 담보부대출 1조2666억원, 회사채 3390억원, 단기사채 400억원, 금융기관 대출 55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레고랜드 사태처럼 크레딧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번질지에 쏠린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0일 신용등급 하락 직전까지 A- 등급을 보유했다. 투자적격등급 발행사에서 발생한 신용 이벤트라는 점에서 단기자금 시장과 회사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현재 시장 여건은 과거 위기 국면과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사태는 일반 기업이 아닌 리츠라는 특수한 형태의 발행사에서 발생했고, 해당 회사채의 기관투자자 비중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시장 전반으로의 전이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자금 시장도 아직 경색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나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회사채 시장까지 부담을 키웠다. 반면 최근에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CP금리가 낮은 수준을 보인다. 단기사채 미상환이 발생했지만, 곧바로 단기자금 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P금리는 지난달 20일부터 9거래일 연속 3.06%수준을 유지 중이다.
채안펀드는 최근 월별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단기자금으로 운용 중인 7조원과 추가 캐피탈콜 9조원을 감안하면 약 16조원의 즉시 투입 가능 자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채안펀드의 매입 대상은 AA급 이상 우량채 중심이지만, 과거에도 투자심리 위축이 우량등급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차단막 역할을 해왔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파장은 시장 전체보다 리츠와 해외 부동산 크레딧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더라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를 가진 리츠 채권과 부동산 관련 크레딧 상품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