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세제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장기보유 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시장 전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 폐지 법안이 발의되고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 제도는 단순한 세제 논의를 넘어 사회적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장특공제는 일정 기간 이상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대폭 경감해주는 제도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이는 단기 투기를 억제하고 장기 보유를 유도한다는 정책적 취지에서 도입된 장치다. 동시에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 이익에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완화하는 기능도 수행해 왔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장특공제 폐지를 자산 양극화 해소와 투기적수요 억제, 근로소득과의 형평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세 체계의 기본 원리와 부동산 시장 생태계를 도외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장특공제는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과세를 막고 시장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먼저 장특공제 폐지는 조세 정의의 핵심인 '결집효과(Bunching Effect) 완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양도소득과 퇴직소득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가치가 특정시점에 한꺼번에 실현되는 특성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20년 동안 완만하게 상승한 자산 이익을 양도하는 시점에 다른 일반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한다면, 납세자는 실제 수익보다 훨씬 가혹한 징벌적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우리가 퇴직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류과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생의 노고가 담긴 퇴직금을 은퇴 시점에 한꺼번에 뺏어가지 않겠다는 정책적 배려다. 부동산 또한 마찬가지다.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상의 가치 상승분을 온전한 소득으로 간주해 고율의 누진세를 매기는 것은 실질적으론 원본 재산을 침해하며, 거주이전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특공제는 바로 이러한 누진세의 단점을 해소해 주는 장치다.
둘째, 시장 측면에서 볼 때 장특공제 폐지는 '공급 절벽'을 심화시켜 주거 불안을 가중할 것이다.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은 신규착공 위축으로 인한 공급 물량 부족에 시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주택이라도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어야 하지만, 장특공제가 폐지되면 다주택자와 장기 보유자들은 '매물 잠김(Lock-in)'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이 양도 차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다면, 소유자로서는 매각보다는 증여를 선택하거나 아예 거래를 포기하고 버티기에 돌입하게 된다. 공급이 끊긴 시장에서 가격은 상승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와 서민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셋째, 정책의 신뢰성 문제다. 그동안 정부는 1주택 실소유자들에게 '오래 거주하고 보유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장기 보유를 장려해 왔다. 이제 와서 그 약속을 폐기하는 것은 국가 정책을 믿고 노후 설계를 해온 은퇴 세대와 실소유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특히 거주 기간과 보유 기간을 합산해 최대 80%를 공제받던 1세대 1주택자들에게 공제 폐지는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나 다름없다. 이는 은퇴 후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고령층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다.
조세는 징벌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원한다면 징벌적 과세로 시장의 흐름을 막을 것이 아니라, 양도세를 합리화하여 퇴로를 열어주고 공급을 활성화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장특공제 폐지 논의는 거둬들일 세수보다 잃게 될 시장의 신뢰와 주거 안정이 훨씬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세 정의와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장특공제는 유지되어야 하며, 오히려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보호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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