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마라톤 2시간 벽(서브 2)이 무너졌다.
에이피(AP)와 아에프페(AFP) 등에 따르면,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30)는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59분30초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웨의 기록은 2023년 켈빈 킵툼(케냐)이 미국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마라톤 세계 기록(2시간00분35초)보다 65초 빠르다. 킵툼은 2시간 벽을 깰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2024년 2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사웨는 작년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2분27초로 우승한 바 있다.
이날 1시간대 기록을 세운 이는 비단 사웨만이 아니다.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28) 또한 1시간59분41초 기록으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는 제이콥 키플리모(우간다)로 2시간00분28초 기록을 냈다. 키플리모 기록 또한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킵툼보다 앞선다. 1981년부터 시작된 런던 마라톤은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하는 정식 대회로 기록이 인정받는다.
42.195㎞의 거리를 뛰는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은 그동안 ‘신의 영역’으로 불려왔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비공식 이벤트에서 1시간59분40초를 기록한 적이 있었으나 이때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었고, 특수 설계된 코스에서 레이저 가이드 차량이 동행하는 등 오직 기록만을 위해 통제된 환경이었다. 하지만 사웨는 오픈 레이스 환경에서 규정을 준수하고 경쟁하면서 마라톤 역사를 바꿔놨다. 인간이 아무런 인위적 도움 없이 42.195㎞를 완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이날 레이스에서 결정적인 고비는 30㎞에서 35㎞ 사이였다. 5㎞ 구간을 13분54초에 주파하며 사웨와 케젤차가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키플리모는 이들과 뒤처진 채 3위에 머물렀다. 선두 두 선수는 이후 다시 속도를 높여 남은 5㎞를 13분42초에 주파했고, 2시간 이내 완주 가능성을 점점 키웠다. 사웨는 결승선 1마일(1.61㎞)을 남겨두고 케젤차를 따돌리며 단독 질주를 시작했고 세계 신기록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웨는 경기 뒤 “기분이 너무 좋다. 정말 행복하다”면서 “오늘은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웨는 이날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더 빨리 달리는 네거티브 스플릿 전략을 구사하며 후반 21㎞를 59분1초 만에 주파하는 경이로운 지구력을 보여줬다. 그는 “레이스를 잘 시작했고,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힘이 넘쳤다. 결승선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했을 때 정말 기뻤다”면서 “두 번째로 런던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다. 4개월 동안의 노력이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올해 런던 마라톤에는 남녀 5만9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그리니치 공원에서 시작된 레이스는 런던 시내를 지나 버킹엄 궁전 근처 더 몰에서 끝났다. 여자 마라톤에서도 에티오피아 타기스트 아세파가 2시간15분41초로 우승하며 자신이 세웠던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