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
지난 3일, 의미 있는 시도가 첫발을 내디뎠다. 동물자유연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협약을 맺고 기획한 ‘동네고양이 모니터링 활동가’ 사업이다.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두곳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 사업은 동네고양이 급식소 주변 위생 관리와 서식 현황 파악 등의 돌봄 지원 활동을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모델이다.
사업이 알려지자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시도이며 동네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평소 동물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이들도 공적 가치와 돌봄을 결합한 새로운 방향성에는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가장 거센 비난은 평소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시민들에게서 나왔다. 이들은 참가자가 실제 돌봄활동가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 동물을 반기지 않는 노인을 만났던 경험 등을 들어 사업의 효용성을 부정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실제 돌봄 활동 과정에서 고충을 자주 경험했고, 지자체 중성화(TNR) 정책 문제를 직접 대응하며 동네고양이가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행정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 역시 그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애정에서 비롯된 마음이 도리어 그들의 현실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단순히 돌봄활동가를 직접 지원하는 데 있지 않다. 사업이 안정되면 이 또한 하나의 긍정적 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궁극적인 지향점은 동네고양이의 사회적 위치를 재정립하는 데 있다. 가시적 혜택이나 대상의 자격 요건에만 매몰된다면, 정책은 단기적 처방에 머물고, 동네고양이는 언제까지나 개인의 시혜에 기대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수동적 존재로 남는다.
동네고양이 돌봄이 공공 일자리의 한 직무로 채택되었다는 것은 이 활동이 공적 영역의 과제로 다루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정책 설계에 있어 동네고양이 역시 마땅히 고려해야 할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출발점이다. 동네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정책이 더 이상 약자를 향한 온정의 관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물론 현장의 우려는 세심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제도의 개선을 이끄는 생산적 비판은 감정만을 앞세운 소모적 비난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동물의 생명보다 사람의 이익이 더 우선인 현실에서 작은 몫이라도 동물에게 나누려는 정책은 늘 반대에 부딪힌다. 여기에 동물을 아끼는 이들의 불신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면 행정의 소극성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번 사업 역시 여러 지자체가 민원의 부담을 우려한 탓에 참여할 자치구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동물에게 더 호의적인 세상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만의 결속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씩 돌려세워야만 비로소 동물의 자리 또한 차츰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복지와 동물의 삶을 연결한 이번 시도는, 낯설고 우려가 따를지언정 계속 이어가야 할 전략적 선택이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주체는 결국 행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제도 바깥에서 돌을 던지는 심판자가 아니라 제도 안에서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만들어갈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빈틈이 있다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과정이 미덥지 않다면 감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사적인 영역에 갇혀 위태롭게 버텨온 동물을 공적 논의와 정책 안으로 불러들일 때, 비로소 동네고양이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공동의 목표 아래 이성적이고 성숙한 연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