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기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 내년 1.5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4분기 기준으로는 1.52%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노동·자본·생산성을 총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능력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63%에서 꾸준히 떨어져 2%선이 무너진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23년(한국 2.41%, 미국 2.44%) 처음으로 미국에 잠재성장률이 뒤처진 이후 그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양상이다.
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도 확인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GDP갭률이 올해 -0.90%, 내년 -0.63%로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실제 생산이 잠재 수준에도 못 미치며 생산요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배경에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 투자 둔화에 따른 자본 축적 약화, 서비스업 경쟁력 부족 등 복합적인 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는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주요 투자은행들이 연간 성장률 전망을 2.5~3.0% 수준까지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과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만큼 1분기 성장률을 우리 경제의 실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호황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반도체 경기 변동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잠재성장률이 1%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단기 충격만으로도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노동, 교육, 연금 등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와 규제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과 고급 인력 확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반등한다 하더라도, 이는 경기 순환상의 회복일 뿐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 중반까지 하락한 상태”라며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과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적 처방은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