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국회 본회의 직전 문턱인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법안 처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개정안이 최종 처리되면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의 거수기 또는 보조 의결기구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독립성과 위상이 강화돼 공공기관 관리와 평가 체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공운위 대표성 강화를 포함한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공공서비스(전기·가스·철도·연금·사회보험 등)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달 24일 법사위로 넘어간 공운법 개정안은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여당 안으로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개정안 핵심은 2026년 4월 기준 342개에 이르는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들에 대한 재경부의 획일적 통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운위 위상을 자문위원회 성격에서 준독립행정위원회로 끌어올린 데 있다. 과거 기재부가 공운위를 형식적 의결기구로 둔 채, 공공기관들에 대한 예산·인사·경영평가권을 틀어쥐고 일괄 관리했지만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높이지 못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공공기관별 특성과 다양성을 고려해 민간인 전문가가 재경부 장관과 함께 공운위 공동위원장을 맡도록 했으며, 공운위원 수도 11명에서 14명으로 늘렸다. 공공기관 지정·해제·평가·정책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공운위의 높아진 위상에 맞춰 사무처를 설치하고, 재경부 공공정책국을 이곳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2007년 제정된 공운법은 학계와 노동·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개정 요구로 19년 만에 중대한 전환점 앞에 서게 됐다.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열린 2026년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공운법 개정안의 의미와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후 ‘공운법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종욱 서울과기대 교수는 “신명 나는 공공기관이 되어야 국민의 삶도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운법 개정안이 중요하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니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리될 수 있겠지만, (가급적) 국회에서 조금 일찍 통과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운법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하지 못해, 소관 상임위 신속처리 심사 기한인 180일을 모두 채운 뒤 법사위로 넘어왔다. 법사위에서도 90일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부의 후 60일 안에 상정되지 않으면 60일이 지난 뒤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다만 여야가 의견을 좁혀 개정안을 좀더 일찍 처리한다면 이후 공운위 재구성과 출범 등의 일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운위 산하 보수위원회를 두어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 등을 사전 심의하는 구조가 개정안에 수정 반영돼야 한다고 노동계는 요구한다. 토론회에 패널로 나온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관료주의에 포획된 공운위가 그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을 갖춰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 개혁의 첫 관문이다. 현 정부의 국민주권정부 정책기조를 보더라도 공운위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특히 공운위에 보수위원회를 두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이 결정되는 협의 매커니즘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라영재 건국대 교수는 “이번 공운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개혁의 시작일 뿐”이라며 “공운법 개정과 관리제도 개혁이 국가경제발전과 민생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송호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