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에스에프(SF)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죽어가는 각자의 태양계를 구하려는 한 과학자와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로키’라는 이름처럼 돌무더기에 가까워 보이는 이 외계인은 눈·귀가 없는 대신 진동(소리)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의 의사소통은 마치 화음을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 방식을 원작 소설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 로키가 말한다. 발음도, 억양도 없다. 고래의 노래 같다.”
사실 고래에서 외계인을 연상하는 것은 이 작품만이 아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에스에프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79년)에서도 돌고래는 인간보다 고등한 지적 생명체로, 지구의 멸망을 예고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어디까지나 작품 속 설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지구 밖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 연구기관이 ‘고래 연구자’에게 권위 있는 상을 수여했다고 하면 어떠한가.
지난 1일 외계 생명체 탐사를 수행하고 있는 세티(SETI)연구소가 고래·영장류의 지능·행동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 로리 마리노 미국 뉴욕대 교수(‘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설립자)를 올해 ‘드레이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드레이크상은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이름을 딴 상으로, 외계인 탐사와 우주생물학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낸 사람에게 수여된다.
마리노 교수는 ‘큰돌고래 거울 자기인식 실험’(2001년)으로 돌고래의 자의식을 입증했다. 세티연구소와도 30년 이상 소통하며 어떤 조건에서 지적 생명체가 나타나는지, 동물 연구가 어떻게 ‘외계 지능’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지를 자문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우주적 관점’의 동물 연구는 향유고래의 음향을 분석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 ‘세티’(CETI)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양생물학자, 인공지능(AI) 전문가, 언어학자가 모인 이 프로젝트는 지구에 사는 비인간 인격체인 고래와의 소통을 목표로 한다.
인류가 다시 달 탐사에 나서고 고래와의 소통을 시작으로 지적 생명체를 연구하는 이때,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흰고래 ‘벨라’는 7년째 혼자 수조에 갇혀 있다. 야생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흰고래는 ‘바다의 카나리아’라 불릴 정도로 활발한 음향 소통을 보인다. 만약 벨라의 말이 우리에게 전해진다면 그는 뭐라고 할까. 낯선 외계어를 번역해 로키를 도왔던 영화 속 과학자처럼 벨라에게도 ‘친구’가 필요하다.
김지숙 지구환경부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