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나 일정 규모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조합을 구성해 아파트를 짓는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 방안이 발표됐다. 조합의 낮은 전문성과 불투명한 운영 등으로 갖은 문제를 겪어왔던 지주택 사업이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20일 지주택 조합원 간담회를 열고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택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85㎡ 이하)들이 조합을 구성하고 직접 아파트를 지어 자가 주택을 마련하는 제도다. 주민들이 특정 지역의 땅을 매입한 뒤 시공사를 모집해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이라 아파트 일반 분양보다 저렴하게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전매제한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의 특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지주택은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업이다 보니, 토지 확보 과정이 장기화하거나 불공정 계약을 맺게 되는 등의 고질적 문제들을 겪어 왔다. 현재 운영 중인 지주택 조합 618곳 가운데 과반(51.2%)이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30%(187곳)는 분쟁 조합이다. 앞서 정부는 지주택의 추가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지주택 초기 진입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사업승인계획을 위한 토지소유권 확보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해 사업지연 요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5%의 소수 토지주만 매매를 거부해도 사업이 장기화하는 탓에, 업무대행사나 시공사가 사업예정부지에 ‘알박기’하고 부당이익을 얻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업무대행사나 공동시행자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신설하기로 했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도 담겼다. 그동안에는 업무대행사와 시공사가 조합의 비전문성을 악용해 불리한 계약을 맺게 하거나 공사비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실한 업무대행사가 난립하지 못하도록 ‘대행업 등록제’를 도입하고, 시공사가 공사비를 증액할 경우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공사 계약체결과 공사비 증액 요청을 할 때 관련 자료 제출도 의무화했다.
조합의 정보공개 대상자료를 구체화하고 회계감사도 확대하는 등 불투명한 조합 운영 문제도 해소한다. 조합원들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온라인 총회와 전자의결을 도입하고, 대리인 인정범위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장기간 정체 중인 조합이나 부실 조합은 적기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법률 자문과 출구전략 컨설팅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개선방안 가운데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상반기 내 후속 입법에 들어가고 하위법령과 표준가이드라인도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다. 김 차관은 “이번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여 고질적인 지역주택조합 사업 애로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사업속도를 높이고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지난해 발표한 초기 진입기준 강화와 이번 대책이 작동하면 지역주택조합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