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부문 80%가 초기업노조 조합원…다음달 총파업 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촉발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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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하면서 다음 달 예정된 대규모 총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노조 측은 "정당한 보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이 이른바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노조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0년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 폐지'를 선언한 이후 과반 노조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약 6000명이던 조합원 수는 7개월 만에 약 7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오늘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로 과반수 노조를 달성했음을 선언한다"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운영해 온 노사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다. 오직 초기업노조만이 12만8000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도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다"며 "파행적인 노사 관계의 책임은 회장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법적 근로자 대표로서 진정한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3일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 뒤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오는 23일 총 결기대회에 3만~4만명의 조합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8일 간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최소 20조원에서 3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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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선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평균 영업이익 298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회사는 성과급으로만 약 44조700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최 위원장은 "4개월 간 성실히 사측과 교섭에 임했지만 바뀐 것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조합원이 4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 등 삼성전자 직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약 80%가 노조에 가입한 상황에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돼 가동이 중단되면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텍사스 한파로 오스틴 공장이 사흘간 가동을 멈춘 뒤 정상화까지 약 한 달이 걸린 바 있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공급망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단순한 기업 내부 이슈를 넘어 투자 지연 등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요 고객사에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본격 공급하는 전환점에서 기회를 놓칠 경우 가까스로 궤도에 올린 경쟁력 회복이 또다시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최근 불거진 '블랙리스트'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일부 조합원의 연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사내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유출한 혐의로 직원 A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다. 유출된 정보에는 임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인트라넷 ID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DS부문에서 조합원 비율이 80%를 넘어서면서 일부 부서에서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며 "일부 조합원이 동료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 사실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본다"며 "회사가 수사 의뢰를 한 만큼 회사 측에도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