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제리 목 (1925~2014)
세 아이의 엄마, 30대 후반의 평범한 주부. “집에만 있어 지루해.” 저녁을 먹다가 제리 목이 말했다. “비행기를 몰고 세계 일주라도 해봐.” 남편 러셀 목이 반쯤 농담 삼아 대답했다. “해볼까.” 다음날 지하실에서 제리 목은 세계 지도를 펼쳤다. 비행 계획을 짜다가 알게 됐다. 자기가 세계 일주 단독 비행을 완수한 최초의 여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대공황 시절 미국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공학 수업을 듣는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대학에서 항공 공학 수업을 들을 때도 여학생은 자기 혼자였다. 남편은 광고 회사 임원이었는데, 취미로 경비행기를 몰았다. 제리 목은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공부해 1958년에 아마추어 비행사 자격증을 땄다.
1963년부터 세계 일주 비행을 준비했다. 남편은 광고 회사 경험을 살려 스폰서를 땄다. 1964년 3월19일에 제리 목은 비행기를 몰고 길을 떠났다. 세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겼다.
비행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무선 통신 전선이 끊어져 있었으며, 브레이크도 불량이었다. 북아프리카 상공에서는 장거리 무선 통신 기기가 사고로 타버렸다. 폭풍도 만났다. 경쟁자도 있었다. “경쟁 상대인 조앤 메리엄 스미스가 당신보다 좋은 비행기를 타고 당신보다 앞서 있다.” 알제리에서 전화 통화를 했더니 남편이 알린 말이었다. “난 경쟁에 신경 안 써.”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리 목은 이후 다섯시간씩 자면서 비행을 서둘렀다.
이집트에서는 실수로 군 공항에 착륙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조종사가 아니라고 오해받았다(여성의 자동차 운전조차 2018년에나 허가된 나라니까). 우여곡절 끝에 미국 집에 돌아온 날이 1964년 4월17일. 여성 최초의 단독 세계 일주 비행. 아마추어 조종사가 민간 경비행기로 달성한 놀라운 기록.
그리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다. 1969년에는 비행을 그만두었으며, 1970년에 회고록을 썼지만 곧 절판되었다. 자식과 손주와 즐겁게 살다가 여든여덟살에 세상을 떠났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