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록인데 수영은 공동 금, 육상은 금·은…왜 다를까 [아하 아시안게임]
한겨레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똑같다. 그런데 수영장에서는 공동 금메달을 받고, 육상 트랙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으로 나뉘어진다. 같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왜 결과는 다를까. 종목마다 시간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단위와 승패에 반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영 경영과 육상 100m의 공식 기록은 모두 0.01초,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다. 두 종목의 차이는 그 아래 숨은 시간을 순위 판정에 쓰느냐에 있다. 수영은 0.01초까지 기록이 같으면 동순위로 인정하지만, 육상은 사진 판독을 통해 더 미세한 차이로도 순위를 가릴 수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100m 결승이 대표적이다. 노아 라일스(미국)와 키셰인 톰프슨(자메이카)의 공식 기록은 나란히 9초79였다. 그러나 사진 판독으로 확인한 기록은 각각 9초784와 9초789였다. 0.005초, 1초의 200분의 1만큼 앞선 라일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의 공식 기록이 같아진 것은 육상의 기록 처리 방식 때문이다. 세계육상연맹은 1만m 이하 트랙 경기에서 전자동 계시로 측정한 시간이 정확히 0.01초 단위로 떨어지지 않으면 다음 0.01초로 올리도록 한다. 일반적인 반올림과 다르다. 9초784도, 9초789도 공식 기록은 9초79가 된다. 기록표의 숫자는 같아도 도착 순서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순위는 몸통이 결승선의 수직면에 먼저 닿은 순서로 정한다. 머리나 손발이 먼저 넘어갔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수영 경영은 0.01초에서 승부의 경계를 긋는다. 세계수영연맹의 현행 규정은 자동계시장치로 기록하는 시간과 전광판·공식 결과표에 표시하는 시간을 모두 0.01초 단위로 정한다. 그 기록이 같으면 같은 순위다. 결승에서 두 선수가 공동 1위라면 금메달도 두 개가 된다. 소수점 셋째 자리의 차이를 꺼내 메달 색깔을 나누지 않는다.
더 정밀한 시계가 없어서가 아니다. 수영에서도 0.001초 단위로 올림픽 금메달을 가른 적이 있다. 1972 뮌헨 올림픽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군나르 라르손(스웨덴)과 팀 매키(미국)는 나란히 4분31초98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비교했다. 4분31초981의 라르손이 4분31초983의 매키를 0.002초 차로 제쳤다. 국제수영명예의전당 자료에 따르면, 이 승부를 계기로 수영은 이후 동률을 소수점 셋째 자리로 가르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0.002초의 차이가 선수의 실력 차이인지, 수영장 레인의 미세한 길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계의 정밀도와 경기장의 정밀도도 구분해야 한다. 세계수영연맹은 터치패드가 설치된 50m 수영장의 길이에 최대 1㎝의 초과 오차를 허용한다. 50m보다 짧아서는 안 되지만, 50.01m까지는 허용한다는 뜻이다. 초속 2m로 헤엄친다고 가정하면 0.00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2㎜다. 이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승부에 반영할 때 시설의 허용 오차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시계가 읽어내는 숫자가 늘어난다고 경기 조건까지 그만큼 정밀해지는 것은 아니다.
트랙 사이클 경기장으로 가면 소수점 아래 숫자가 하나 더 붙는다. 국제사이클연맹 규정은 시간으로 결과를 가리는 경기를 0.001초 단위로 계시하도록 한다. 시속 60㎞로 달리는 자전거가 0.00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약 1.7㎝다. 이런 작은 차이까지 기록 경쟁에 반영한다. 다만 트랙 사이클에는 도착 순서나 점수로 순위를 정하는 경기도 있어 모든 세부 종목을 똑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같은 육상 안에서도 기록의 자릿수는 달라진다. 전자동 계시를 쓰는 트랙 경기는 1만m까지 0.01초, 1만m를 넘으면 0.1초 단위로 기록한다. 마라톤과 도로 경보의 공식 기록은 1초 단위다. 그렇다고 같은 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마라톤 선수들이 모두 공동 순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식 기록을 표시하는 단위와 결승선 통과 순서는 별개다.
전광판의 같은 숫자 옆에도 종목별로 다른 순위가 붙을 수 있다. 소수점 아래에는 선수들의 찰나뿐 아니라 각 종목이 정한 승부의 경계도 담겨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