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퇴 압박 피하려고 ‘징계 정치’ 꺼내든 장동혁
한겨레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전후 접수된 징계요구안에 대한 심의에 돌입하자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윤민우 윤리위원장을 앞세워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를 도운 친한계 의원 등을 겨냥한 징계 카드를 꺼내 들고, ‘영구 복당 금지’ 가능성까지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장 대표 쪽에선 ‘당의 영속성과 기강 확립’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방선거 패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당권을 지키려고 경쟁·비판 세력을 찍어내기 위한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해당 행위자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복당을 영구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7일 장 대표의 이 발언이 ‘경북 포항시의회에서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야합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에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하다. 당장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던 당내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 의원들은 7일 “선거 참패 후 통합과 포용의 덧셈 정치를 하지 않고 징계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정적 제거,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윤리위에 제소된 의원은 전체 국민의힘 의원의 3분의 1 정도인 30여명으로, 대부분 장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이다. 이들을 무더기로 징계하겠다는 장 대표의 시도는 정당성이 떨어지고 당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다. 당에서 쫓겨난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를 2배 넘는 격차로 이긴 것은 당 지도부의 공천 실패, 전략 부재 탓으로 볼 수 있다.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지 않고 선거 패배 책임을 친한계 의원 등에게 돌리려 든다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 그동안 장 대표 사퇴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나경원 의원마저 “징계는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장 대표는 이제라도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지 못해 선거 패배를 자초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 압박을 피하고 당권을 지키기 위한 목적의 징계로 당과 국민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자해 정치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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