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부담”…이병태 2시간 만에 사퇴
한겨레
“5·18이 성역이 됐다”고 주장한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사퇴한 배경에는 그의 행보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와 정면 배치된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청와대가 사퇴를 권고한 지 2시간여 만에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의 통합·실용 인사 기조 아래 지난 3월 발탁된 보수 출신 인사인 이 부위원장은 4개월여 만에 공직에서 내려왔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임명권자와 정부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자진사퇴 권고에 따라 고심 끝에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앞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으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중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 “북한의 모습”이라고 주장한 것을 굽히지 않았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발언으로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은 “사임 권고를 수용하기까지 깊이 고심한 이유는 두가지다. 이번 사퇴는 명확한 해촉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밀려 사임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향후 정치권력의 무도한 횡포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사퇴 요구와 청와대의 사퇴 권고를 ‘부당한 정치적 공세’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저를 비롯한 영입된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국민 통합이라는 대의에 부합하는지 깊은 고뇌가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청와대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뒤에도 4일 재차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같은 날 청와대가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공개 경고했지만, 이 부위원장은 5일 밤 또다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오후 이 부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국정의 부담이라든지 최근 정치권 논란 등 감안하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라며 “금고 이상 형 저질렀거나 이런 경우만 해촉할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피하게 사퇴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부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통합 인사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계엄 옹호’ 발언으로 지난해 7월 사퇴한 강준욱 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 서울 ‘로또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 등으로 지난 1월 지명 철회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 낙마한 세번째 보수 영입 인사가 됐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도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앞두고 있지만 12·3 내란 옹호 전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합 인사를 하더라도 당내 의원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 돼야 하는데, 자꾸 어긋난다”며 “통합 인사를 한다고 하면 앞으로 걱정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영지 yj@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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