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운구를 보기 위해 수백만명의 인파가 이란 테헤란 중심가를 가득 메웠다. 10시간 이상 진행될 예정인 이날 행사에서 조문객들은 최고지도자를 죽인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이란 주요 매체와 에이피(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6일 오전 6시(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이맘 하산 모자타바 종교 집회소에서 하메네이와 사망한 그의 가족들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이 출발하며 셋째날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테헤란 이맘 호세인 광장∼엔겔랍 광장∼아자디 광장까지 10㎞에 이르는 길을 하메네이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량이 10~12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조문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날 수백만명의 조문객들이 운구 행렬이 예정된 거리를 가득 메우며 장관을 연출했다. 조문객들은 이란 국기나 구호가 쓰인 깃발을 흔들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로 인해 살수차가 여러 대 동원돼 조문객들에게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혔다. 지하철 공사는 압사 우려로 엔겔랍 광장역 등 6개 지하철역을 일시 폐쇄 조치했다. 테헤란에는 이날까지 3일간 휴일이 선포됐다. 테헤란 상공도 폐쇄됐다.
1989년 초대 이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당시엔 10명이 사망하고 1만명이 다친 바 있어, 이란 당국은 안전사고 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란 보건부는 6일간 장례행사에 모두 15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두 1020만명이 참여했던 호메이니의 장례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단 것이다. 두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한 골람레자 칸바바에이(58)는 아에프페(AFP)에 “이번 행사를 지난번 행사와 비교하자면, 전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군중들이 훨씬 더 열정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조문객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복수를 다짐했다. 트럼프의 얼굴 사진과 함께 “야, 이 엡스틴 같은 트럼프야! 우리가 반드시 널 죽일 거다. 네가 어디에 있든 우린 너를 잡으러 간다”라고 영어로 쓰인 50m 길이의 현수막도 보였다. 조문객들은 트럼프 형태를 한 인형을 교수형에 처하거나, 거리 선전물에 그려진 트럼프의 얼굴에 돌과 물병을 던졌다. 조문객 파티마 하산은 “우린 여기에 그에게 작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서 왔다. 우린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라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의 공습으로 175명이 사망한 이란 미나브의 선한나무(샤자레 타이예베) 초등학교 학생들의 유가족들이 1300㎞를 이동해 전날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사원에서 열린 장례 행사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장례식에는 그동안 공개행사에 잘 나서지 않던 이란 정권의 중요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 기간 동안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던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아마드 바히디 준장은 지난 2일에 이어 5일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사원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 하메네이의 아들 모스타파, 마수드, 메이삼도 참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하메네이를 이어 지난 3월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직 장례식에 나오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그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거나 은신처를 추적당할 위험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운구식이 끝나면 하메네이의 유해를 실은 헬기는 이란의 성지 콤으로 이동해 7일 장례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어 8일엔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거쳐, 9일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에서 유해가 안장될 예정이다.
카타르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 메흐란 캄라바는 시엔엔(CNN)에 하메네이의 대규모 공개 장례식은 이란 정권의 지속성과 새 지도부 출범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