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기 먹는 하마인데…환경영향평가 단축 ‘속도전’ 우려
한겨레
이재명 대통령이 6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행정절차의 단축과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행정절차가 지연돼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업 추진의 속도를 강조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면 (기존 평가) 결과를 원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새로 하게 돼도 기간을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용인시 일반산업단지의 에스케이(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팹)이 부지 확정 이후 착공까지 6년 걸린 것을 언급하며 “나름 빠르다고 할 수 있지만, 제 기준에는 그렇게 빠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자연환경 등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조사하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도시개발, 산업단지 조성, 항만·도로 건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은 ‘환경영향평가법’과 그 시행규칙에 따라, 사업의 면적과 용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 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사업자는 관련법에 따라 개발사업의 승인·인가·결정 전에 환경영향을 조사·예측·평가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는 승인기관을 거쳐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사실상 환경 보호의 마지막 안전장치로,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단축하거나 기존 평가를 원용할 경우,전력·용수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생태계 훼손 등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이 대통령이 ‘속도전’을 주문한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등 환경 부담이 큰 산업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23년 기준 약 5.0T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네이버·카카오·삼성에스디에스(SDS)·엘지씨앤에스(LG CNS),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주요 아이티 기업 5곳의 총 물 취수량은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약 22억 4400만리터다. 이는 인구 140만명대인 대전시가 1년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16억리터)보다 많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에너지 사용량은 33만7942테라줄(TJ), 온실가스 배출량은 1826만5108톤(CO₂환산)으로 2023년(30만1635TJ·1733만8149t)보다 늘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아일랜드도 2028년까지 전력망 부담이 쏠린 더블린 인근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연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3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한 뒤 현재는 재생에너지 활용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낸 성명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라, 잘못된 개발을 멈출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부는 기업 투자 지원에 앞서 전력·용수·토지 이용의 공공성, 지역 환경에 미치는 누적영향, 기후위기 시대의 국토 이용 원칙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대통령이 직접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와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책무이며, 국책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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