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등 폭염이 본격화한 3일 오후 찾은 경남 양산시 산막동 롯데웰푸드 양산공장. 여름 ‘아이스크림 성수기’를 맞이한 이곳 빙과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벨트는 롯데웰푸드의 대표 아이스크림들을 바쁘게 실어 나르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곳은 최근 가동을 시작한 ‘설레임 쿨리쉬’ 생산라인이다. 한국 롯데웰푸드의 제조 역량과 일본 롯데의 성공 브랜드가 만나 글로벌 시너지를 꾀하는 ‘원롯데(One Lotte)’ 전략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2003년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출시된 설레임과 쿨리쉬는 각국 시장에서 파우치형 아이스크림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 설레임이 부드러운 밀크셰이크 질감을 강조해왔다면, 일본 쿨리쉬는 미세얼음의 청량감을 앞세운 제품. 기존엔 각국 시장에서 선보였던 두 브랜드가 국내 생산라인에서 만난 것은 원롯데 전략이 제품 단위로 가시화된 결과다. 이미 양사는 조만간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하는 등 협력을 본격화했다.

설레임 쿨리쉬의 핵심인 슬러시 식감 구현을 위해 양산공장은 독일 지그라(Ziegra)사의 제빙 설비를 전격 도입했다. 기존에 외부에서 대형 얼음을 구매·보관한 뒤 분쇄해 사용하던 방식은 품질·위생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새 설비는 물을 투입하면 통제된 실린더 내부에서 원하는 크기의 조각 얼음을 바로 생산, 제조 라인으로 공급한다. 사람이 직접 얼음을 옮기거나 부수는 과정이 완전히 사라져 위생과 안전성, 원가 절감 효과를 모두 잡았다.
이렇게 생산된 조각 얼음은 아이스믹스와 섞여 배관으로 이동, 최종 식감을 위해 칼날을 통해 한 번 더 미세하게 분쇄된다. 권광우 롯데웰푸드 매니저는 "처음부터 너무 곱게 갈면 식감이 사라지고 얼음이 뭉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크기가 나오도록 칼날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정을 거쳐 기존 제품보다 훨씬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구현된다.
설레임 쿨리쉬는 철저히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윤정은 롯데웰푸드 설레임 BM(브랜드매니저)은 "야외에서 즉각적인 시원함을 원할 때 기존 제품이 충분한 청량감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과 파우치가 차가워 오래 들고 먹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롯데웰푸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쿨리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미세얼음을 넣은 슬러시 타입으로 청량감을 높였고 패키지 기술도 바꿨다. 파우치 내포와 외포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고 질소를 충전한 신규 패키지를 도입, 손시림을 기존 대비 48% 완화했고 흡입구도 기존보다 11% 넓혀 먹기 편해졌다.
고객 반응은 이미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5월 정식 출시 이후 전체 파우치 아이스크림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다. 6월 기준 쿨리쉬의 판매 비중은 전체 아이스크림 판매량의 24%까지 늘었다.

양산공장에서 설레임 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공장의 연간 빙과 전체 생산 규모 약 1700억원 중 설레임 매출이 약 35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단일 라인으로 공장 전체 매출의 약 20%를 담당할 정도다. 포장 공정도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중심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롯데웰푸드는 향후 브랜드 운영 전략을 이원화 한다. 아이스크림 성수기인 4~9월엔 쿨리쉬 중심의 라인업으로 야외 갈증 수요를 잡고, 동절기엔 부드러운 식감의 기존 설레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9월엔 웹툰 작가 기안84와 함께 야외 러닝 행사 ‘설레임런’을 개최하는 등 주타깃층인 2030 세대를 겨냥한 체험 마케팅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한국의 제조 기술력과 일본의 제품 기획력이 결합한 원롯데 전략이 정체된 국내 빙과 시장의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