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FIFA에 직접 연락했나…미국 골잡이 레드카드 징계 유예
한겨레
미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군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이례적인 징계 유예 결정으로 벨기에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 정상 출전하게 됐다. 그러나 이 결정의 배후에 백악관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적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스포츠 방송인 벤 제이콥스는 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백악관이 피파에 직접 연락해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게 발로군의 레드카드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피파에 논평을 요청하자 피파가 ‘독립 징계위원회의 판단’이라고 했다며, 피파 쪽 소식통들은 ‘징계규정 제27조에 따른 권한과 징계 패널의 독립성’을 근거로 들며 ‘백악관의 영향력이 이번 결정에 작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앞서 피파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징계규정 제27조에 따라 미국 선수 발로군에게 적용되는 자동 1경기 출전정지 징계의 집행을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보류한다”고 밝혔다. 발로군이 유예 기간 중 비슷한 성격과 중대성을 지닌 위반 행위를 다시 저지를 경우 이번 출전정지 징계는 집행되며, 새 위반 행위에 대한 추가 징계도 별도로 부과될 수 있다.
발로군은 지난 1일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32강전에서 후반 19분 상대 수비수 타릭 무하레모비치의 다리 뒤쪽을 실수로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미국은 이 경기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2-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고, 발로군은 선제골을 기록했다. 레드카드에는 통상 다음 경기 자동 출전정지가 따르지만, 피파의 이번 결정으로 발로군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파 결정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옳은 일을 하고 중대한 불의를 바로잡아준 피파에 감사하다”고 썼다. 백악관 공식 엑스 계정도 “유에스에이(USA)-유에스에이-유에스에이”라는 글과 함께 대머리독수리 이모지를 올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지난 2일 기자들에게 “억울한 레드카드”라며 재심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벨기에 쪽은 반발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벨기에축구협회는 이번 결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가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축구협회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며 발로군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발로군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하며 미국 공격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직후 발로군의 퇴장에 대해 “레드카드가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오는 6일 시애틀에서 벨기에와 16강전을 치른다. 발로군의 출전 가능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첫 8강 진출을 노리는 미국 대표팀에 큰 전력 보강으로 평가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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