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노동력 아닌 '사람' 외국인을 받을 준비돼 있나
머니투데이
노동력 부족·인구소멸로 외국인 유입
한국 사회와 조화 실패하면 '이방인'
범부처·시민사회 공동 숙의 시작할 때
![]()
#지방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외국인이 꼽힌다. 피해자는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다. 정부에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외국인이 연루된 비슷한 강력 사건이 또 발생한다. 외국인 혐오가 확산된다. 외국인을 해하는 사건도 잇따른다. 그러다가 외국인이 자신을 지키겠다고 불법 총기를 사용한다. 과거 미국 서부개척시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기 사용을 허용했듯이 지방에 한해 총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 정부 대책을 믿지 못하는 국민은 최후의 수단으로 총기 허용을 받아들인다. 이는 곧 재앙이 된다.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는 상상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력 부족이다. 특히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선 외국인이 문제를 해소할 열쇠 중 하나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극소수여서 외국인 정책이란 게 따로 없었다. 비자 등으로 외국인 유입을 관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한국인이 줄어들수록 일을 하는 외국인은 더 필요했다. 2015년 190만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5월 287만명으로 불어났다.
단순 계산해도 외국인이 20명 중 1명꼴이다. 특정 지역에선 외국인주민 비율이 더욱 높다. 반월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안산시 단원구는 21.6%(2024년 11월1일 기준)로 가장 높다. 전남 영암군 20.8%, 충북 음성군 19.4%에서도 5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이 함께 산다. 실제 지방 산업단지는 물론 논밭, 과수원에서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볼 수 있다. 일하는 외국인이 많다보니 학교, 병원, 밥집 등에서 함께 배우고 먹고 산다.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고 수도권 집중화가 완화하지 않으면 노동력 부족과 지역소멸 문제도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을 한시적으로만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잠깐 국내에 체류하더라도 한국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껄끄러운 '이방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선 국어도 배워야 하고 한국 사회의 전통과 가치관 등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우리 역시 외국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네팔 국적 외국인과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좀 더 이해해야 하는 식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만 고민할 일도 아니다. 외국인주민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집중거주지역은 2024년 기준으로 전체 229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42곳에 이른다. 2015년엔 이런 지역이 57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이민정책을 내놨지만 법무부라는 한 부처의 목소리여서 논의가 제한적이다. 현장에선 '통합' 정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열린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 출신 유학생은 "이민정책은 결국 함께 사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덴마크 이민정책을 다룬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마티아스 테스파예 지음)는 이민을 "우리(덴마크)는 노동력을 원했지만, 사람을 얻게 됐다"고 요약하면서 새로운 이민정책을 촉구했다. 우리도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는 물론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함께 한국 사회가 노동력이 아닌 사람인 외국인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 숙의에 나설 때다. 외국인이 '이방인'에서 벗어나 진짜 이웃이 되고 스스로 '잉글리시맨 인 뉴욕'(뉴욕에 사는 영국인)처럼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우려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
조회 0·스크랩 0·공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