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북한이탈주민→북향민’ 명칭 변경에…“당사자 의견 반영해야”
한겨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북한이탈주민’ 용어를 ‘북향민’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1일 통일부장관에게 현행법상 ‘북한이탈주민’ 명칭을 변경하는 데 있어 당사자 의사를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을 벗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이른다. 통일부는 올해부터 북한이탈주민 대신 ‘북향민’을 공식 행정 용어로 쓰기 시작했고, 향후 법률 용어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북한이탈주민 ㄱ씨는 통일부가 명칭 변경 과정에서 지난해 9월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명칭 변경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못했고, 해당 여론조사가 절차적 투명성·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또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답변이 많았는데도, 통이룹가 용어를 ‘북향민’으로 변경하는 것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향민’ 명칭 사용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다양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또 여론조사는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북한이탈주민 응답자를 선정해 설문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다가, 오픈링크 방식으로 전환해 설문조사 참여를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눈덩이 표집은 조사 대상자를 찾기 어려울 때, 소수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특성을 가진 타인을 소개하도록 하며 조사 대상을 늘려가는 조사 방법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소위원장 김학자 상임위원)는 “여론조사에서 배제됐다는 ㄱ씨의 주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과 관련이 없고, ‘북향민’ 명칭 변경은 통일부의 정책적 재량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통일부의 명칭 변경 추진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통일부 조사 결과, 명칭 변경 필요성에 대해 조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절반 이상(53.4%)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체 용어 선호도에선 기타(30.3%), 자유민(28.1%), 북향민(18.8%), 북이주민(13.1%), 하나민(9.7%) 순이었다. ‘기타’로 답한 응답자 대부분은 기존 ‘북한이탈주민’ 용어 유지를 희망했다. 또 다수의 북한이탈주민 단체에서 ‘북향민’ 용어 사용을 반대하는 등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당사자인 북한이탈주민들의 충분한 합의를 확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명칭은 당사자의 정체성과 명예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며 “정부가 명칭 변경을 추진함에 있어서 당사자인 북한이탈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관련 법안 개정이나 정책 수행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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