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수익이 부동산으로 향하는 이유[청계광장/박원갑]
머니투데이
투자 능숙한 30대 주식 팔아 아파트 구입
무주택자 자가 구입을 투기로 볼 수 없어
세제혜택,주주환원정책이 증시이탈 막아
돈은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자본 역시 수익률을 좇아 이리저리 움직인다. 돈에는 칸막이가 없다. 최근 관측되는 증시 자금의 부동산 시장 진입도 이 유동성의 속성이다. 하지만 이를 '자본의 선순환'으로만 포장하기는 어렵다. 증시 호황의 과실이 금융시장에 장기 자본으로 머물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의 자본 공급원이 되면서 가격 불안으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서다.
자금의 이동은 숫자로 드러난다. 올해 1~4월 주택취득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결과 주택 매입에 쓰인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3조 7255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30대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팔아 집을 샀다. 투자 지능이 남다른 이들은 금융상품인 주식과 준 금융상품인 아파트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자산이라는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철저하게 저울질한다. 주식과 부동산을 오가며 수익률에 따라 민첩하게 베팅하는 세대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은 부동산 친화적 세대보다 투자 친화적 세대에 더 가깝다.
물론 이를 투기적 수요로 단정할 수는 없다.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주식으로 번 돈으로 집을 한 채 더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다수 무주택 가계가 증시 수익을 기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무주택자는 주식 투자로 거둔 자본이득의 약 70%를 부동산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됐다. 이때 매입한 부동산은 투기적 재화보다 삶의 터전인 '마이 홈'에 가깝다.
문제는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집단화할 때 거시 경제의 비합리성을 낳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산 이동은 이성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이 영리한 선택들이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쏠릴 때 주택시장은 뜻하지 않은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금의 전이가 쉽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가계 입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두 투자 자산이 주식과 집이기 때문이다. 해외 실증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지역 기술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0% 상승할 때 주택 가격은 약 2년에 걸쳐 1~2%가량 동반 상승했다. 주가가 주택시장의 선행 지표로 작용한 셈이다. 코스피 지수와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관계수가 0.87에 달한다는 연구 역시 두 시장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번 돈은 왜 자꾸 부동산으로 흘러들까. 그 배경에는 가계의 '자산 굳히기' 심리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심적 회계 관점에서 보면 많은 가계는 자산에 각기 다른 '꼬리표 붙이기(Labeling)'를 한다. 즉 주식 수익과 부동산은 서로 다른 심리적 계정으로 분류해서 관리한다. 변동성이 큰 주식 수익에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불안한 돈'이라는 꼬리표를, 주택에는 '안전한 자산'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래서 주식으로 번 돈을 부동산으로 저장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가계는 고변동성 자산(주식) 수익을 저변동성 자산(주택)으로 옮기려고 할 것이다.
다만 자금 이동 현상을 증시에서의 '완전한 이탈'로 해석하는 것은 오독이다. 이보다 '비중 조절' 혹은 '일부 이동'으로 봐야 한다. 투자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 규모가 유지된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내 집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한 뒤 돈이 모이면 다시 주식시장에 투입할 것이다. 두 시장이 일방적이기보다 시소처럼 서로 자금을 주고받으며 순환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주식 시장에서 번 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다. 과도한 유입을 막으려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금융 자산 자체의 매력도와 신뢰를 키워야 한다. 결국 핵심은 자본을 스스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금융 시장의 체질 개선이다. 주식 시장이 든든한 둥지가 될 때 비로소 자산 시장의 기형적 쏠림도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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