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란 | 작가·‘경상의 말들’ 저자
얼마 전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다. ‘1인 가구 함께 먹는 마을밥상’이라는 자리였는데 참여 대상자가 ‘노인 1인 가구 말고’였다. 나 또한 중장년 1인 가구 당사자로서 농어촌지역 청·중장년 1인 가구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리를 마련한 이들은 또 누군지, 어떤 내용인지도 궁금했다.
첫 밥상자리. 산청군에 사는 20살부터 65살까지 1인 가구 열댓명이 모였다. 진행자는 처음 만났지만 굳이 이름 거주지 직업 등 자신을 소개하려 말고 미리 정한 별칭으로 대신하자고 했다. 어색한 가운데 네댓명씩 어울려 요리를 시작했다. 준비된 재료를 다 같이 씻고 썰고 간을 맞춰 소고기전골 한 냄비를 했고 둘러앉아 한끼를 나누었다. 1인 가구의 밥상은 대부분 한그릇이다.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니 여러가지를 차리기보다는 건성으로 배를 채운다. 금세 허기져 주전부리를 달고 있기도 한다. 다행히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할 때는 다소 느슨해지는 표정들이었다. 같이 먹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까.
산청군의 1인 가구 비율은 경남 18개 시·군 중 세번째로 높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을 보면 의령군 46.2%, 합천군 45.3%에 이어 산청군이 42.6%로 뒤를 이었다. 산청군 1만6500가구 중 1인 가구 수가 약 6380가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 고령층 말고 20대부터 65살 이하 1인 가구는 2800가구 정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농어촌 지역 특성상 20~40대 1인 가구보다 50대~65살 이하 중장년층 1인 가구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농어촌 지역도 엇비슷한 실정이다. 현재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35%를 넘었고 1인 가구는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현행 법적 제도적 체계는 여전히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구성된 다인 또는 4인 가족이 중심이다.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나 사업 신청서를 보더라도 다인 가족에게 가산점을 주고 대부분의 지자체 귀농·귀촌 정책 중 주거 지원은 2인 이상의 가족 지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수술동의서, 장례 문제, 사망신고 등 여전히 혈연·혼인관계로 구성된 가족이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행 체계는 현실에 뒤처져 여전히 1인 가구를 ‘정상가족’이 아닌 비정상으로 보고, 인구 생산에 도움되지 않고 체제를 위협하는 부류로 보고 있다. 거기에다 결정적으로 투표권이 하나뿐인 가구이다.
1인 가구는 실제로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고 병원에 실려 가도 보호자로 나설 사람이 없는 상태로, 위기 상황에서 더욱 고립되는 것이 1인 가구의 현실이다. 질병, 경제활동, 응급상황 앞에서 복지의 경계 밖에 있다. 이번 마을밥상은 산청지역 비영리 임의단체 ‘그늘과 언덕’(얼마나 근사한 이름인지)이 마련한 자리였다. 지역 복지체계의 사각지대에는 누가 있는가를 살피다가 청장년 1인 가구를 발견했고 이들의 ‘쓸쓸하고 부실한’ 끼니를 얼마 동안이라도 챙기겠다고 나선 일이었다. 다행히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주민생활 돌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공동 요리교실과 반찬 꾸러미 배달 등을 11월까지 병행할 예정이라 했다.
마침 오늘 오후엔 보랭 가방에 담은 반찬 꾸러미가 집으로 배달됐다. ‘마을밥상 식구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한장의 편지에는 안부를 묻고 ‘제철 노래’ 추천도 들어 있다. 모처럼 한껏 차린 밥상 앞에서 6월 제철 노래 정미조의 ‘7번 국도’를 연거푸 들었다. 나로서는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굳이 관계 맺기를 요구하지 않고 어떤 의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돌봄. 공동체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연결과 돌봄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형으로 다가왔다. ‘날마다 혼밥’을 먹는 1인 가구들끼리 ‘이웃 가족’이 될 수도 있을까. 슬몃 묻는다. “다들 밥은 잡샀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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