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Tech Powers]기술과 기후변화는 북극에서 어떻게 강대국 경쟁을 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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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의 강대국 경쟁이 점점 더 첨단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새 항로가 열리고 막대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이 이 지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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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패권, 이제는 기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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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쟁에서 서방 국가들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북극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쇄빙선과 극지 운항 선박, 에너지 개발 장비, 과학 관측 시스템 등 고도의 해양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항로와 자원 개발을 둘러싼 주도권을 중국-러시아의 연대에 넘겨주게 된다. 이 경쟁은 크게 세 가지 핵심 기술 영역 전반에서 나타난다. 쇄빙선 건조, 에너지 개발, 과학 관측 시스템이다.
쇄빙선은 북극에서 힘을 투사하고 연중 항행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현재 약 40척의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며 이 분야를 지배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원자력 추진 선박 8척이 포함된다. 이러한 역량은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따라 상업용 및 군사용 선박을 연중 호위할 수 있게 한다.
러시아의 역량에 대응하려는 노력에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차세대 대형 쇄빙선인 '폴라 맥스(Polar Max)'다. 이 선박은 인도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핀란드와 캐나다에서 이중 건조 방식으로 건조되고 있다. 핀란드와 캐나다 양국에서 동시에 건조를 진행함으로써, 전통적인 단일 조선소 방식과 비교해 인도 일정을 몇 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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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으로 맞붙는 러시아와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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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조 모델은 노동자들 사이의 양방향 지식 공유를 촉진한다. 폴라 맥스 프로젝트의 경우 50명 이상의 직원이 향후 조선 프로그램을 위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두 나라를 오갔다. 이 접근 방식은 미국, 캐나다, 핀란드라는 동맹국들 사이에서 역량 개발과 산업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ICE Pact(쇄빙선 협력 노력 협정·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 Pact) 비전 핵심의 일부다.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핀란드에서 건조하는 방식이 기술적으로는 더 단순하게 실행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중 건조 방식은 대서양 양안 협력을 촉진하고 동맹국의 해양 산업 기반을 개선한다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평가된다.
러시아가 가장 큰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핀란드는 세계 쇄빙선의 80%를 건조한 쇄빙 설계 분야의 명백한 선두주자다. 쇄빙선의 핵심 혁신에는 이중작동선(Double Acting Ship·DAS), 전방위 추진 장치, 그리고 얼음을 잘라내기보다 아래로 휘어 부수도록 설계된 첨단 선체 형태가 포함된다. 전방위 추진 장치는 한때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산업 표준이 됐다.
전통적인 선박은 뒤쪽에 프로펠러가 있어 배를 앞으로 밀거나 뒤로 움직이게 할 뿐이다. 그러나 전방위 추진 장치를 가진 선박은 모터가 360도, 즉 완전한 원을 그리며 회전할 수 있다. 자전거 페달이 조향을 돕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도 돌 수 있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 모터들은 어느 방향으로든 향할 수 있어 선박은 제자리에서 급회전하거나 얼음을 훨씬 더 쉽게 밀고 나아갈 수 있다.
이중작동선은 선박이 두 면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영리한 설계다. 선박의 앞부분은 일반적인 배처럼 생겨 개방 수역에서는 연료를 절약하며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반면 선박의 뒷부분은 쇄빙선처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선박이 두꺼운 얼음을 만나면 방향을 돌리지 않는다. 그저 프로펠러를 돌려 얼음 속으로 후진해 항해하며, 무겁고 강화된 후미를 이용해 길을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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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부수는 방식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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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선체 형태는 '쇄빙기'라기보다 '얼음을 휘게 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사람들은 흔히 쇄빙선이 거대한 칼처럼 얼음을 가르며 나아간다고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크래커를 밟는 무거운 발에 더 가깝게 작동한다. 현대적인 선체 형태는 얼음을 자르기보다 아래로 휘게 하도록 설계된다. 선박의 앞부분은 얼음 위로 미끄러져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선박의 막대한 무게를 이용해 얼음을 아래로 눌러 부러뜨린다.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는 이러한 쇄빙 방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녹는점에 가까운 '따뜻한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얼음보다 더 부드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질척한 얼음은 오히려 단단한 얼음보다 선체에 더 큰 힘을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선체 설계는 이러한 끈적한 압력을 견디기 위해 더욱 강해야 한다.
과거에 선박들이 북극에서 부서진 주된 이유는 얼음이 측면에서 선박을 압박하는 힘에 대비해 충분히 보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첨단 선체는 대각선 보강 구조를 사용한다. 강한 골격처럼 작동하는 이 구조는 얼음이 선박을 음료수 캔처럼 찌그러뜨리려 할 때에도 선박이 하나의 구조물로 유지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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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는 북극, 새 해운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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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술 발전과 기후변화 가속화는 북극 해운 항로를 열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통과할 수 없었던 얼어붙은 지역이 계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실질적인 운송 통로로 변모하고 있다.
1979년부터 2010년 사이 북극 해빙 면적은 40% 감소했고, 평균 얼음 부피는 70% 급감했다. 2007년 이후 북극항로(NSR)와 북서항로(NWP)는 모두 늦여름과 초가을 동안 긴 기간에 걸쳐 사실상 얼음이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동시에 북극 모니터링 및 예측(RAMP) 프로그램 같은 시스템은 이제 얼음 농도와 해류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선박들이 변화하는 빙원 속에서 가장 짧고 안전한 항행 경로를 찾을 수 있게 한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며, 가장 발전된 북극 항로다.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표준 해운 항로보다 약 40% 짧다. 북서항로는 캐나다 북극 제도를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 항로는 역사적으로 다년빙에 막혀 있었지만, 이제 계절적으로 접근 가능해지고 있다. 중앙 북극항로는 아직 더 먼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이 항로는 중앙 빙상이 충분히 얇아질 경우 북극점을 직접 가로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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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열리면?… '부산→로테르담' 항해 22→10일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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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은 세계 무역과 에너지 탐사에 몇 가지 판도를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항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하면 대략 2만km이지만, 북극항로를 통하면 9000km 미만이다. 이는 이동 시간을 대략 22일에서 단 10일로 줄일 수 있다. 더 짧은 거리는 곧바로 연료 절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한 운송사는 희망봉을 돌아 항해하는 것과 비교해 단 한 번의 항해에서 연료비 55만달러를 절약했다고 보고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초저속 운항을 채택할 수 있다. 이는 속도를 40% 낮춰 항해함으로써 연료 효율을 두 배로 높이면서도, 수에즈운하를 전속으로 통과하는 선박과 같은 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게 북극은 말라카 해협 병목에 대한 해법을 제공한다. 현재 중국의 탄화수소 수입의 약 80%가 좁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한다. 북극은 이 잠재적 병목에서 벗어난 다변화되고 안전한 무역로를 제공한다.
기회는 방대하지만 북극이 전통적인 항로를 즉시 대체하는 것을 막는 중대한 장애물도 있다. 수에즈·파나마운하와 달리, 북극에는 인프라와 화물을 옮겨 싣는 환적 거점이 부족하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시베리아 툰드라를 따라 화물을 내리거나 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항로는 정기 소비재 운송보다는 철광석이나 LNG 같은 벌크선에 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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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는 북극, 기회와 함께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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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혹독한 극지 환경을 항해하는 것은 보험료를 크게 높인다. 또한 표준 위성항법시스템(GPS)은 고위도 지역에서 종종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러시아 GLONASS(글로나스·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
북극이 열리면서 기회가 풍부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생겨난다. 항로가 열리자 각국은 해저와 해운 규제권을 주장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 덴마크(그린란드), 캐나다 같은 국가들이 로모노소프 해령과 같은 지역을 두고 제기하는 주장은 긴장을 높이는 원천이다. 북극은 세계의 냉장고처럼 기능하는 환경적으로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해운 증가는 심각한 위험을 제기한다. 얼음 위의 기름 유출은 현재 기술로는 거의 정화가 불가능하며, 원주민과 북극곰·고래 같은 야생동물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한편 북극에서의 기회는 운송뿐 아니라 석유 탐사와 추출에서도 나타나며, 이는 주로 이 지역이 세계의 마지막 프런티어 중 하나라는 지위에서 비롯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세계 미발견 석유의 약 13%, 미발견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돼 있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배터리 전쟁' 저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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