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걸프국 “대이란 투자는 조건부”…이란 “도발 말라”
한겨레
미국과 걸프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투자는 이란의 종전 합의 준수 및 지역 내 불안정 야기 행동 중단에 따른 조건부라고 밝혔다. 이에 이란은 걸프국가들이 자국 영토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게 해준 점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걸프협력회의(GCC) 외교장관들이 25일(현지시각)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장관들은 이란과 모든 무역·투자는 조건부이자 가역적이라는 점을 한층 더 강조했다”고 밝혔다. 장관들은 이어 “이는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와 최종 합의를 준수하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을 중단하며, 경제적 참여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관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무인기, 역내 대리세력 지원 등 이란의 전방위적인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들은 “국제법에 따라 보장된 통항 권리를 포함하여 자유롭고 조건 없으며 제한 없는 항행이 역내 및 세계 안보에 필수적임을 지적하며,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그 어떤 통행료, 수수료 부과 또는 통제권 행사 시도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이란 외교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미국과 걸프협력회의 공동성명을 두고 “개입주의적이고, 무책임하며, 도발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2~4월 미국이 걸프국가들의 기지와 군사 자산을 이용해 이란을 공격한 것을 두고 “미국이 역내 군사 주둔이 지역 국가들에 오직 부담만 지울 뿐이며, 불안정과 분열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시온주의(이스라엘) 정권의 침략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책임과 호르무즈해협의 불안정을 야기한 미국-시온주의의 이란 침략에 가담한 일부 지역 국가들의 책임을 엄중히 상기시킨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 협상 과정에서 이번 전쟁으로 파병된 미군만이 아니라 걸프국가 내 미군기지 철수 또한 요구해왔다.
미 국무장관의 이번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 3개국 방문은 전쟁을 거치며 이란의 군사 역량은 꺾지 못하고 입지를 강화해준 상황에 대한 걸프국가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엔엔(CNN)은 24일(현지시각) 걸프국가들이 미국과 이란이 지난 17일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에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관리권을 인정하고, 이란의 미사일과 역내 대리세력에 대한 언급이 없던 점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양해각서에서 명시된 이란 재건을 위한 3천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는 데 걸프국가들이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중동 담당 이사인 피라스 막사드는 “이제 걸프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믿을 수 있는 전략적 동맹국이라는 데 의구심이 커졌다”며 “걸프 국가들은 미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과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해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시엔엔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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