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주 | 전국팀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출발한 민선 8기가 저물어간다. 일주일 뒤 새로운 지형의 민선 9기가 발을 뗀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도 단체장의 변화에 민감하다. 단체장의 성향·의지·방향 등에 따라 조직·인사·사업·정책 등의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인수위원회가 가동된 지방 정부·공무원 등이 술렁이는 이유다.
지방 정부 리더 ‘단체장’의 힘은 세다. 중앙 정부 재정·권한 편중이 여전한 터라 못 할 게 없는 ‘무소불위’까지는 아니지만, 마음먹은 것은 할 수 있는 ‘소원 성취’ 정도는 된다. 따라서 잘 뽑아야 한다.
충북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민선 8기 김영환 충북지사는 힘이 셌다. 도정 평가는 차치하고, 도청 곳곳이 그의 입김대로 뼈만 남기고 탈태했다.
충북도청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청주시 문화동 지금 자리에 들어서 89년간 이어진다. 도청의 심장 본관은 국가등록문화유산(55호)이지만 뼈대만 남았다. 김 지사의 지시로 도비 176억원(운영비 13억7천만원 포함)을 들여 1년 남짓 내부를 새로 단장한 뒤 지난 3월 그림책 위주 전시 공간 ‘그림책 정원 1937’로 재탄생했다. 업무 공간을 내준 일부 부서는 도청 주변 민간 건물을 임대해 생활한다.
충북도의회가 새 청사로 이전하면서 비게 된 옛 의회동(신관)은 174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해 문화 공간을 조성했고, 7억6500만원을 더 들여 사무 공간 개선 중이다. 본관과 닿아 있는 대회의실도 25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했다. 이를 주문한 김 지사는 ‘고쳐 쓰기 달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주차타워 등을 곁들인 후생복지관 윤슬관 신축엔 447억원을 들였다. 임기 내내 1천억원 안팎의 공사판을 벌였으니 가히 ‘토목·건축 지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충북지사직 인수위는 김 지사의 역작 그림책 정원의 쓰임새를 들여다보고 있어 존폐 기로에 있다.
그가 손댄 충북도청 정원은 처참하다.
김 지사는 지난 4월21일 손수 삽을 들고 나무 한그루를 심으며, ‘나무의 귀환 프로젝트’를 알렸다. 그는 “나무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청사의 역사·생명을 되살리는 일이다. 도민과 함께 숨 쉬는 푸른 도청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속내를 보면 씁쓸하다.
충북도가 낸 자료를 보면, 2023년까지 도청 정원엔 교목(어른 키 이상 큰 나무) 526그루, 개나리·진달래 등 관목 1만여그루가 아름다운 도시 숲을 이뤘다. 하지만 도청 공사 등을 이유로 이듬해 10월까지 10여차례 이식·제거하면서 95그루(18%)만 남겼다. 충북도청을 상징하던 남·북·동쪽 울타리 향나무 등 160여그루는 아예 제거했고, 중앙 정원과 남쪽 정원 등의 100살 안팎의 아름드리나무 등 80여그루를 치우고 잔디광장을 조성했다. 이 또한 ‘광장 마니아’ 김 지사의 작품이다.
당시 도청을 떠난 나무 273그루 가운데 지금껏 ‘귀환’한 것은 25그루(9.1%)뿐이다. 충북도는 정원수 이식·제거 등에 1억9천여만원을 썼는데, 청주 정상동 등으로 이식했던 나무 태반이 고사했다. 이에 2억7천여만원을 들여 새 나무를 심는다.
충북도는 2023년 이후 조경법을 위반하고 있다. 조경법은 대지 면적을 기준으로 조경 면적과 적정 나무 식재를 규정한다. 충북도청은 대지 면적(3만563㎡)의 15%인 4854㎡에 교목 기준 917그루(큰 나무 가중치 포함)를 심어야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광장을 늘리면서 심을 곳이 빠듯하지만, 충북도는 8월 말 법적 기준 충족을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충북도청 정원수는 100그루 남짓(충북도 190그루 주장)이고, 충북도가 두달 사이 더 심을 나무는 가중치 없는 작은 측백나무 등 232그루여서 기준 충족이 쉽지 않다.
시인이기도 한 김 지사는 자신의 시 ‘나무’에서 “잎이 무성할 때가 아니라 잎이 다 진 뒤에야 제 몸 뼈대·깊이가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지사직을 떠났을 때 그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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