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못하게 하려”…캄보디아 유인해 감금·폭행한 대포통장 조직 송치
한겨레
인터넷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등에 대포통장을 매입한다고 홍보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캄보디아 숙소에 감금하고 통장을 빼앗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조직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국외이송유인, 감금·특수상해,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총책 ㄱ(30)씨 등 8명과 국내 모집책 3명, 대포통장 명의자 9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2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여권무효화 조처했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조직 우두머리 ㄱ씨는 지난해 7월께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숙소와 차량 등 대포통장 유통과 명의자 관리에 필요한 시설 등을 마련한 뒤 지인을 모아 ‘팀장-중간관리책-국내유인책-대포통장 명의자 모집책-감시·관리책’으로 이어지는 범죄단체를 조직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텔레그램에 출국을 조건으로 개인계좌, 코인계좌, 법인계좌 등을 판매하면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한 뒤 현지 숙소에 감금했고, 폭행·협박을 통해 빼앗은 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제공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감금하면 피싱 범죄가 일어나는 동안 자금 인출·거래 정지 등 이른바 ‘먹튀’의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고, 대포통장 매입 비용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피싱 조직에서 통장 1개당 1천만원∼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에게는 월급 200만원∼400만원을 주고, 통장 명의자를 모집할 때마다 100만원∼200만원의 인센티브까지 얹어주는 등 범죄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했다. 이들은 감금 피해자 외에도 지인 등 9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매입했는데, 계좌가 범행 도중 압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의자의 연체료 등을 대납하거나, 금융기관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에 의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명의자와 말을 맞춰놓기도 했다고 한다.
감금 피해자들은 총 4명으로 2주∼6주 동안 시아누크빌 원구단지 등에 감금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숙소와 이동 경로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다가 들켜 다른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들이 감금돼 폭행·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목격자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액 알바’, ‘고액 현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해외 출국을 유도하는 것은 대부분 피싱 범죄 또는 자금세탁 범죄조직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통장을 판매하거나 계좌를 대여하는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고, 본인이 감금·폭행·협박 등 강력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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