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PB상품 단가 인하 강요’ 쿠팡 자진시정 수용
한겨레
약정에 없는 자체브랜드(PB) 상품 판촉행사를 하면서 이를 제조하는 하도급업체들의 공급단가를 인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쿠팡이 이를 시정하고 수급사업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3일 쿠팡과 쿠팡의 자체브랜드(PB) 부문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기업의 법 위반 혐의를 조사·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을 내놓고 당국이 타당성을 인정하면 법 위반을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쿠팡과 씨피엘비가 2022년 10월부터 자체브랜드 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314개 수급사업자에게 법정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명날인이 되지 않은 서면을 교부한 혐의를 조사해 왔다. 쿠팡과 씨피엘비는 94개 수급사업자에게 약정에 없는 자체브랜드 상품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쿠팡과 씨피엘비는 지난해 3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동의의결안을 보면, 쿠팡과 씨피엘비는 발주서에 기명날인이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자체브랜드 상품 출시 전에 수급사업자와 협의해 결정한 최소 생산 요청 수량과 리드타임(발주 요청부터 제품 생산 기간, 입고, 판매 개시일까지의 소요기간)을 명시한 상품별 부속합의서도 체결하기로 했다. 판촉행사 진행 시에는 수급사업자와 비용 분담 비율을 사전에 협의해 판촉행사 부속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때 수급사업자는 판촉비용의 최대 50%까지 분담하고, 나머지는 쿠팡과 씨피엘비가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동의의결안에는 3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도 포함됐다. 쿠팡과 씨피엘비가 피해 수급사업자에게 상품 개발, 생산,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10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자체브랜드 상품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가 인하된 94개 사업자에게 1000만원씩, 잔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한다. 또 수급사업자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쿠팡 앱 등 온라인에서 광고하는 비용 10억원, 현장 박람회 등 오프라인 홍보 비용 4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시정방안이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하도급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판촉행사와 관련해서는 재고 소진, 매출 증가 등을 위해 수급사업자가 스스로 판촉행사를 제안한 사례가 있고, 전체 수급사업자 504개 중 공급단가가 인하된 수급사업자는 94개로 비중(18.6%)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명백한 위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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