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배정석]방첩은 사찰이 아니라 국가의 면역체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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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무총리실이 국가정보원의 정보 공유 요청에 따라 국책연구기관 구성원들에게 외국인 접촉 시 특이 사항을 보고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 '사찰' 또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방첩 활동의 본질과 법적 근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방첩 업무의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 방첩업무규정(대통령령)은 '방첩'을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 및 외국인·외국단체·초국가행위자 또는 이와 연계된 내국인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 정보활동을 확인·견제·차단하기 위한 정보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장은 외국의 정보활동을 사전에 탐지·차단하기 위한 정보의 공유와 협조를 국가기관과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접촉시 특이사항 신고' 제도다. 접촉한 외국인이 국가안보 및 국익 관련 정보를 탐지·수집하려고 하는 경우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핵심 산업기술을 다루는 국책연구기관은 외국 정보기관이나 해외 기업의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보안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보기관들은 연구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포섭, 공동연구 위장, 학술교류 기회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책 연구기관 종사자들이 외국인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제안을 받았을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사찰이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의 당연한 위험관리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감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보와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경각심 부여를 통한 예방 효과도 크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제도이며,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는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미국은 방첩 체계가 훨씬 엄격하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공무원, 연구원, 방산업체의 민간인들까지 외국 정부 관계자나 외국 국적자와의 접촉, 해외여행, 외국의 금전 제공, 외국 기관과의 협력 관계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국방방첩보안국(DCS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방산업체 민간인을 포함한 비밀취급 인가자로부터 연간 3만 건이 넘는 '의심접촉신고'(Suspicious Contact Report)가 접수되며, 이 가운데 2500건(7%)이 실제 방첩 조사로 이어지는 단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신고는 방첩을 위한 중요한 조기경보 시스템이다. 신고가 많다는 것은 사찰이 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국가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방첩은 국민을 감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 정보를 지키기 위한 보호장치다. 물론 정상적 학술교류가 위축되거나 수집된 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각국의 정보활동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외국인 접촉 신고 제도를 사찰로 모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장에 가깝다. 안보와 자유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오늘날, 방첩은 특정 기관의 업무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안보 활동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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