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근처 북 철조망에 한국 “정전협정 위반”…유엔사 “전체 맥락봐야” 신중
한겨레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철책 설치 등 국경선화 작업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정전협정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유엔사는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며 “자동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100m 이내 구간까지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 중인 정황 등을 파악하고 유엔사에 실효성 있는 조처를 요구하는 뜻을 전달했다고 22일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수풀을 없애는 불모지 조성과 철책 설치, 지뢰 매설 등의 남북을 단절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80~90m 이북에도 철조망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우리 군은 유엔사와 긴밀히 협력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정전협정을 보면 ‘완충지대로 설정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며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 따라 국방부는 정전협정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유엔사에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실효성 있는 조처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엔사는 이날 입장을 내어 “비무장지대 내 활동은 그 전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정전협정 등의 구체적인 사실, 상황 및 해당 조항을 바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며 “건설, 진지 구축 및 기타 방어적 조치가 자동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북한의 철책 설치 등 국경선화 작업 내용이 공격적인 게 아니라 방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정전협정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유엔사는 이런 입장은 국방부의 ‘적극적 대응과 실효성 있는 조처’ 요구가 전달된 뒤 나왔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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