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우주항공 업계의 리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재무적 건전성을 공인받으며 대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 글로벌 탑티어 방산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용도를 확보한 이번 행보는, 최근 발생한 대전공장 참사와 사법 리스크로 흔들리던 신뢰도를 방어하는 동시에 국내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카드로 풀이된다.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 ‘A-’(안정적)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방산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대규모 수출 성과를 내왔으나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공식 신용등급을 확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일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었다.
이로 인해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출국 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등 기업 이미지와 경영진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회사는 대전공장 참사 여론이 이어지는 민감한 시점에 이번 성과를 즉각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인 언론 공표에 나섰으며, 이를 통해 대내외 신뢰도 방어와 채권단 우려 불식에 나선 모양새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사들의 재무적 추격세가 매서웠다.
LIG D&A가 지난해 10월 수출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기존 AA-에서 AA로 상향 조정을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현대로템이 K2 전차 수출을 바탕으로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일제히 획득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같은 안방 시장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아예 경기장을 글로벌 무대로 옮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미국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영국 BAE 시스템즈(BAE Systems), 프랑스 탈레스(Thales) 등 세계 방산 시장을 움직이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의 신용도를 선점하게 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우위를 점하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최대 20조원 규모의 대형 패키지 수출을 추진 중이며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현지 생산 인프라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장기 납품과 대규모 현지 투자가 필수적인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S&P A-’ 등급은 해외 정부 바이어들에게 부도 리스크가 없는 안전한 파트너임을 증명하는 보증서로 꼽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무엇보다 높아진 신용도 덕분에 해외 대규모 사업 자금 조달 시 금리를 크게 낮춰 막대한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철홍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CFO)은 “우수한 글로벌 신용등급 획득은 해외 정부와 현지 투자 협의에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며 “이번 S&P 신용등급 획득을 바탕으로 방산∙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국 록히드마틴을 표방한 전방위적 수직계열화를 오랜 기간 끈기 있게 추진해 온 점이 사업 전반의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며, 이번 등급 획득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고 분석한다.
김동관 부회장의 글로벌 소통 역량과 한미연합사 군 복무 경험으로 다진 국방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성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K-방산 진영 전체에 새로운 자극을 줄 것으로도 전망한다.
그동안 해외 자금 조달 필요성이 낮아 국내 신용등급 체계에 집중해 왔던 LIG D&A,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주요 방산 기업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신용등급 확보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효율적 재편과 김동관 부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소통 체계가 종합적인 신뢰를 이끌어낸 주된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내외적인 악재 속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우량한 등급을 확약받은 셈인 만큼, 향후 시장의 불안을 줄이고 대외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한 관계자는 “S&P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느냐를 보는 금융적 지표일 뿐, 방산 기업의 핵심인 생산 기지의 안정성이나 무기 품질 관리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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