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김건희 \'도이치 답변서\' 조율 정황…초안 받은 뒤 은닉 의혹
한겨레
3대 특검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수사팀이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당시 김 여사 쪽과 수사팀이 서면조사 답변서 초안을 공유하며 사전 조율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종합특검팀은 답변서 초안을 김 여사 쪽에서 넘겨받은 수사팀 관계자를 특정하는 한편, 수사팀이 답변서 초안을 수사기록에서 누락 또는 은닉한 행위에 대해 공용서류무효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종합특검팀은 지난 3~4월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에서 김 여사 쪽이 검찰에 보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서면조사 답변서 초안을 확보했다. 이 초안은 종이로 작성된 문서를 스캔해 피디에프(PDF)로 만든 형태다. 피디에프 파일 작성 시점은 2024년 6월11일이다. 김 여사가 검찰에 공식적으로 답변서(2024년 7월5일)를 내기 한 달 전에 생성된 초안이 수사팀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초안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는데, 최종본에서 빨간색 부분은 대부분 남았고 파란색 부분은 변경·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은 답변서 초안과 최종본 사이에 다수의 수정 흔적이 발견된 점을 바탕으로, 수사팀이 사전 교감 아래 김 여사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답변서의 구체적인 문구와 수위, 내용을 수정하도록 유도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앞서 김 여사 쪽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수사 당시 10쪽 안팎의 서면조사 답변서(!차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김 여사 쪽이 제출한 1차 답변서 내용은 검찰이 확보한 객관적 물증과 배치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24년 이뤄진 2차 수사 때는 이런 문제를 털어내려고 답변서를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종합특검팀 시각이다.
종합특검팀은 답변서 초안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파악했다. 수사팀은 김 여사 쪽이 제출한 70여쪽 분량의 답변서 최종본만 2024년 7월5일 접수해 수사기록에 편철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수사팀이 김 여사 쪽에서 답변서 초안을 받은 순간 공용서류가 되는데도 공식 수사기록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공용서류무효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용서류무효죄는 공무소 서류 등을 손상·은닉하는 방법으로 효용을 해할 때 처벌하는 규정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검찰이 피의자 쪽에서 답변서 초안을 받고도 접수를 하지 않고 최종본만 등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적인 과정이 아니며 공용서류무효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쪽은 답변서 초안과 관련해 사전에 김 여사 쪽에 답변을 요구한 내용에 대한 회신 과정의 일부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예정된 대면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서면조사 답변서를 요구했고, 이에 김 여사 변호인이 김 여사의 서명 등을 받기 전에 잠정적으로 ‘이렇게 보내면 되겠냐’며 건넨 자료라는 것이다. 김 여사 쪽이 답변서 최종본을 다시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초안을 수사기록에는 편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김 여사의 답변서 초안이 사전에 검찰 쪽에 전달된 경위와 당시 수사팀이 답변서 수정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임철휘 기자 hw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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