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이주비 대출' 지원책을 조례 개정 절차 없이 신속히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조합원 1인당 3억원이었던 자체 융자 한도를 5억원으로 상향하고, 지원 대상을 서울 내 모든 정비사업 조합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인 '쾌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핵심 기치로 내건 만큼 이주비 문턱을 낮춰 도심 주택 공급에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이런 내용의 '이주비 융자 지원 확대 방안'을 수립하고 내부 실행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대책은 복잡한 입법 절차를 생략하고 서울시 자체 판단에 따라 곧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한도 상향과 대상 확대는 조례 개정 사항이 아니라 서울시가 임의로 결정해 시행할 수 있는 사안으로 시의회를 거치지 않는다"며 "예산 역시 이미 확보된 게 있어 그 범위 내에서 우선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가 마련 중인 방안에 따르면 조합원 1인당 대출 한도는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2억원 증액된다. 그동안 '500명 이하 중·소규모 조합'에만 전용됐던 이주비 융자 문턱도 허물어 서울 시내 '모든 조합'이 신청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 이후 자금 조달에 극심한 압박을 겪어온 대단지 정비사업장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조치다. 오 서울시장이 6·3 지방선거 유세 당시 약속했던 이주비 규제 완화 공약을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기도 하다.
다만 오 시장이 선거 기간 공약한 주택진흥기금 확대(500억원→1000억원)는 향후 시의회 문턱을 넘어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예산 심의권과 조례 제·폐지권을 보유한 제12대 서울시의회는 전체 118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80석(67.8%)을 차지하고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보궐선거 당시에도 민주당이 절대다수였던 시의회에서 핵심 정책인 상생주택 예산의 97%가 삭감된 경험이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자체 기금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출 규제도 함께 걷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시는 16일 정부에 이주비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10개 법령 개정안을 공식 건의했다.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1주택자 LTV 40%, 다주택자 LTV 0%가 적용되는 데다 기본 한도도 6억원에 막혀 있어 시 자체 재원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치구들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서울 최대 규모의 재건축을 앞둔 양천구는 16일 오전 구청 회의실에서 '목동아파트 재건축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지자체가 주도해 대규모 정비사업 구역의 이주 대책 수립에 나선 최초 사례다. 이주 대상만 총 2만 6629가구에 달하는 목동아파트의 특성상, 구는 단지별 거주 현황과 주변 전세 시장 동향을 정밀 분석해 연도별 이주 물량을 분산 배치할 방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주비 대출은 투기 목적의 단순 주택 매입 자금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공급 금융'의 성격이 강하다"며 "단순 주택 구입 자금 대출 규제와는 차별화해 접근해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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