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백화점업계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K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패션·뷰티 브랜드를 발굴·육성해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K패션·K뷰티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통계 맏형’ 격인 백화점업계가 직·간접적으로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적극 밀어주는 모습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거리에 있는 복합상업시설 오모카도 3층에 약 660㎡(200평) 규모의 ‘더현대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2024년 첫 선을 보인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K패션·뷰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브랜드를 발굴, 해외 유통망에 직접 소개하는 콘텐츠 수출 플랫폼이다.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대백화점이 브랜드 소싱부터 통관-수출입-현지 유통사 협상-매장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아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 기업으로선 해외 진출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고, 현대백화점으로선 차별화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해외 팝업스토어를 통해 현지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사 바이어들과의 접점을 넓혀,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일본·대만을 중심으로 더현대 글로벌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미 일본에서 더현대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함께 온라인 채널을 병행하는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채널에선 일본 패션 플랫폼 운영사 ‘메디쿼터스’와 협력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누구’에 더현대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450개 K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일본 젠지세대를 중심으로 접점을 확대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메디쿼터스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오프라인에선 도쿄 시부야 파르코를 시작으로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상권에서 K패션·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 9월엔 도쿄 파르코 시부야에 정규 매장도 선보였다. 올해는 나고야 파르코에서 로라로라·무센트 등을 전개 중이며 도쿄 오모테산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현지 소비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광미츠코시백화점 타이베이 신이플레이스점에 연 팝업스토어를 통해 약 두 달간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같은 기간 해당 백화점 팝업 중 최고 매출이다. 더현대 글로벌은 향후 홍콩 등 중화권 시장으로 단계적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대만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한 해외 유통 모델을 고도화하고, 더현대 글로벌을 K브랜드 해외 진출의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신세계)은 ‘하이퍼그라운드’를 앞세워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이퍼그라운드는 현지 시장 조사-계약-물류-행사장 인테리어-매장 운영까지 해외 팝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신세계는 2023년 11월 태국 방콕 시암 디스커버리쇼핑몰에서 첫 해외 팝업을 열었다. 당시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9개가 참여했고 태국 현지 기업과 약 100만달러 규모의 업무협약 체결 성과를 냈다.
신세계도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24년 오사카 한큐우메다본점에서 14개 K패션 브랜드가 참여한 팝업을 진행했다. 작년엔 일본 백화점 매출 1위 점포 이세탄 신주쿠점에서 팝업을 열었고 이어 도쿄 대표 쇼핑 명소 시부야109에서도 팝업을 진행하며 현지 젊은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혔다. 신세계는 최근 K뷰티·골프 브랜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4~5월 일본 골든위크 기간 시부야 스크램블스퀘어에서 색조화장품 브랜드 ‘코랄헤이즈’를, 시부야 히카리에선 골프 브랜드 ‘욜프’ 팝업을 각각 운영했다. 신세계는 올 하반기에도 해외 공략을 이어간다. 다음 달에는 태국, 10월부터 11월까진 대만·일본에서 팝업을 열어 K브랜드의 해외 수출을 돕는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해외 점포를 통해 K브랜드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2곳에 진출, 4개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롯데몰’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 판매 공간 제공을 넘어 브랜드 발굴과 육성, 해외 유통망 연결까지 이어지는 K브랜드 육성 플랫폼 역할이 백화점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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