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정부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80%에서 50%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기업에선 환영 의견을 밝혔다.
15일 영국 매체 가디언은 ‘전기차 판매를 약화하는 영국의 단기적 계획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영국 노동당 정부는 무공해 차량 의무화 규정을 완화해 2030년까지 전기차의 판매량 목표를 80%에서 50%로 낮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내연기관이 들어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를 확대하는 ‘유연성 조항’을 도입해 전기차로의 전환을 약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당장 ‘2030년 80%’라는 목표에 맞춰 투자해온 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영국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인 ‘옥토퍼스 에너지’의 그레그 잭슨 최고경영자는 “정부가 산업의 장기적 미래 대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존 기업을 선택했다. 이런 태도는 정부 약속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는 ‘인스타볼트’의 델빈 레인 최고경영자도 “충전 시설 투자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운영업체는 계획과 건설, 자본 유치를 위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을 최종 결정할 때 충전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 업계 단체인 ‘차지유케이’의 비키 리드 최고경영자도 “업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충전기 설치에 수십억 파운드를 투자했다. 정부가 목표치를 완화함으로써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영국의 국가 탄소 배출량이 애초 계획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통과 환경을 감시하는 연구단체 ‘티앤드이’에 따르면, 휘발유 차량은 주행 거리 1㎞당 16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135g을 배출한다. 그러나 전기차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제조에서 운행, 폐기까지 전 주기를 통해 내연기관 차보다 더 작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안나 크라진스카 티앤드이 영국 지부장은 “전기차로의 신속한 전환만이 영국 제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정부는 목표를 변경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내연기관) 자동차 부문과 그 일자리를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산업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 생산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정책 변경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와 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유나이트노조의 요구는 이번 정책 변경을 끌어낸 주요 동력이었다. 유나이트노조의 샤론 그레이엄 사무총장은 이번 변경에 대해 “엄청난 승리다. 이번 결정이 영국 (내연기관) 자동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교통부 대변인실은 “ 영국 산업을 지원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을 위해 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늘 말해왔다”며 정책 변경이 그대로 추진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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