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담 덜어” 호응 큰 간호·간병통합, 왜 더딜까
한겨레
“입원할 때마다 가족한테 (간병) 부담을 안 주니 마음이 편하네요.”
지난 5일 오후 국립암센터 본관 9A병동. 담관암 환자인 김숙이(가명·55)씨 침대 옆에는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없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환자의 간호와 간병을 같이 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시 병동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화장실을 갈 때 이동을 돕고 식사를 돕는 일 등 간병도 간호사가 한다. 환자의 가족이 상주하거나 환자가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2차 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는 지난달 15일부터 호스피스 병동을 제외한 일반 병동(539병상) 전체를 보호자가 없는 ‘간호·간병통합병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처럼 모든 병상에 대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전국에 200여곳이 있다. 그동안 국립암센터는 2016년 42병상을 시작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이용하면 환자의 간병비 부담이 줄어든다. 건강보험으로 간병서비스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의 4인실 간병료를 포함한 하루 병실료는 1만원(암환자 기준) 정도다. 사적 간병인을 고용했다면 하루 13만~16만원 비용이 나갔을 것이다. 이하은 국립암센터 간호사는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 간병비 부담 감소를 위해 2013년 출범해 13년차를 맞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옛 포괄간호서비스)는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고 확산 속도는 더디다. 지난 4월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의료기관인 병원급 1532곳 가운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는 곳은 825곳으로 53.9%에 불과하다. 참여 병상은 8만9383병상(35.6%)으로 더 낮다.
정부는 이달부터 병원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병동 수 제한 없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재를 완화했다. 그러나 참여 병상 수 제재 완화만으로 참여 병원을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가 5~7명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2023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00곳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의 경우 밤 근무 때 간호사 1명이 환자 13.5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 인력 확보와 그에 따른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더라도 환자를 골라 받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지난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는 상급종합병원 47곳과 지역의료원 35곳 등 82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병원 50곳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환자 입원이 가능하다고 한 곳은 4곳(8%)에 불과했고 이용이 불가하다고 밝힌 곳은 32곳(64%)이나 됐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혼자 거동이 가능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환자만 입원할 수 있다는 안내를 하는 병원도 있다”며 “중증 환자들을 받겠다며 통합서비스 병실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 중증환자들은 받지 않는 문제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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