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니어”
‘같기도’라고 아시는가? 2007년 개그콘서트에 선보였던 코너다. 그보다 살짝 먼저 나온 ‘마빡이’라는 걸출한 코너에 묻혀 개콘의 간판 코너에서 밀리긴 했지만 여러 가지 변형된 유행어가 나오고 이후 ‘꺽기도’라는 후속작까지 나왔던 나름 히트한 꼭지였다. 여기서 ‘같기도’는 무술인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 권법으로 적을 공격해 상대를 공황상태에 빠지게 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같기도’를 2026년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여의도 정치판에서 보고 있다.
신문은 선거가 끝나면 승자는 웃는 사진, 패자는 침통한 사진을 실어 한 눈에 각 당의 승패를 보여준다. 웃는 순간, 구겨진 표정, 찰나의 순간을 잡기 위해 사진기자들은 셔터에 힘을 준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표정이 다르지 않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시도지사 12대 4, 국회의원 9대 5로 민주당이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패배했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부산북갑, 평택을, 대구시장, 경남시장에서 여와 야는 이길 선거에서 지고 질 선거에서 이겼다고 자평한다.
‘애매한 더불어민주당.’ 선거 다음 날 정청래 대표가 승리선언 기자회견을 했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의 경고, 이겨야할 곳에서 졌다면 승리 아니다.”라는 발언과 온도차가 있다.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펴는 의원들의 주장이 나오자 정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말을 남기며 책임론을 일축하는 등 당권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빨려들어 가는 양상이다.
‘기묘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멀리한 후보들은 살아남고 장 대표가 지원한 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낙제 성적표를 든 장 대표는 합격 통지서를 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장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한 언급 없이 오직 투표용지 부족사태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만 이어갔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당내에서 사퇴하라는 요구에 “(제) 거취에 관한 말씀을 하는 분은 올림픽공원으로 나가보길 권한다.”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며 피해가더니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별개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거취표명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되묻겠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놓고 볼 때 여러분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라며 사퇴는커녕, 선거에서의 패배도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당에는 오만하지 말 것을 , 보수 세력에게는 근본적 개혁을 요구했다 .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같기도 신공’이 난무하며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 이건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어 . 이건 반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어 . 이건 사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어 . 이건 개혁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어 ~.
‘같기도’의 황당함이 웃기려면 모두가 상식선에 놓여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 지금 여의도의 ‘같기도’는 상식선을 지극히 벗어났다 . 그래서 웃기지도 않다 .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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