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국경 통제·신속한 난민 심사·추방 강화 등 골자
부담 분산 놓고 회원국 간 갈등 소지·난민 인권 보호 약화 우려도
첫날부터 난민 생체 정보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 오류도
지중해 난민 위기가 한창이던 2015년 10월 고무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빗장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EU의 새 이민·난민 협약이 12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새 협약은 수년에 걸친 EU 차원의 협상 끝에 마련된 것으로, 2024년 승인된 이래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EU 전역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EU는 시리아 내전 등으로 2015년∼2016년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대거 유입된 여파로 각국에서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자 이주민과 난민 문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유럽 곳곳에서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극우 정당이 급격히 세력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난민 대응 문제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발효된 새 협약은 불법 이주민들에 대한 더 엄격한 국경 통제, 신속한 난민 심사, 부적격 이주민에 대한 추방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망명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이주민들은 최대 12주 동안의 신속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되며, 이 기간 EU와 역외의 경계에 있는 이탈리아, 그리스 등 '관문' 국가들이 설치한 특별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요구받을 수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이런 조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EU 바깥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이 첫 도착 국가에서 독자적으로 EU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이른바 '2차 이동'을 방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령 이탈리아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가 임의로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EU로 유입되는 난민들이 처음 도착하는 이탈리아, 그리스, 몰타, 스페인 등 지중해 최일선 국가들에 집중된 부담을 완화하고, 짐을 나눠지기 위한 '연대 체계' 도입도 이날 발효된 새 이민·난민 협약의 눈에 띄는 사항이다.
EU 회원국들은 '관문' 국가들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분담 수용하거나, 1인당 2만 유로(약 3천500만원)의 지원금을 내거나 인력과 장비 등의 운영 지원을 할 수 있다. EU는 이를 통해 최소 연간 3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EU 회원국들에 고르게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마그누스 브루너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처음으로 EU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이민·난민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이번 개혁안 발효로 회원국들은 출입국 관리에 있어 더 큰 통제권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EU 회원 27개국의 준비 수준이 나라 별로 크게 다른 까닭에 새 협약이 신속하게 정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는 짚었다. 또한, 강제성이 부족한 협약의 성격상 난민 분담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갈등만 부추길 뿐 실제적인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권단체들은 또한 새로운 협약이 취약한 난민들에 대한 망명 접근성을 제한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한편, 새 난민·이민 협정의 시행 첫날부터 협정 집행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EU의 중앙 난민 데이터베이스 '유로닥'(Eurodac)이 업데이트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다고 네덜란드 이민 당국을 인용해 로이터가 전했다.
유로닥은 망명 신청자 및 불법 이민자의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새 협정에 따라 변칙적 경로를 통해 EU 국경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최장 7일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당국은 이 과정에서 이들의 지문과 얼굴 이미지, 여행 서류 사본 등 생체 정보와 신원 정보를 유로닥 시스템에 등록하게 된다.
EU 측은 그러나 이날 오류에 대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첫날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회원국들의 시스템 연결이 점진적으로 복원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상황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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