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영동 민주지산 자계예술촌 운영 박창호·박연숙씨
“맘 먹고 오시는 분들이니까 정성을 다할 수밖에요. 대접받고 돌아간다는 마음 들게 하고 싶어요.”
23회 산골공연예술잔치를 준비하는 자계 예술촌 박창호(63) 예술감독의 말이다. 자계예술촌은 충북 영동군 용화면 횡지구백길(자계리) 민주지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영동군청에서 20여㎞, 대전역에서 60여㎞ 떨어져 있다. 영동읍내에서 차로 달려도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40여분 정도 걸린다. 오히려 무주가 더 가까워 10여분 정도면 닿는다.
“우리도 힘들게 들어왔지만 우리 공연·전시를 보러 오는 분들은 정말 보통 정성으로 오는 게 아니거든요. 재미·감동·여운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주고, 더 가져가게 하려고 공연이란 밥상을 잘 차리려 해요.”
자계예술촌은 2001년 9월 이 마을의 폐교된 자계초 분교 터에 들어섰다. 대전에서 극단 터를 운영하던 박 예술감독과 박연숙(51) 자계예술촌 대표 등이 이곳으로 창작·공연 공간을 옮긴 것이다. 이들은 이듬해부터 ‘그믐밤의 들놀음’이란 이름으로 상설 공연을 시작했다. 불만 켜지 않으면 칠흑 어둠과 쏟아질 듯한 별빛이 그대로 무대가 됐다. ‘그믐밤의 들놀음’은 2008년까지 60여차례 이어졌다. 박연숙 자계예술촌 대표는 “새로 단장한 극장·무대가 너무 좋은 데다, 관객 등의 요구 등이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그믐밤의 들놀음’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자계예술촌의 상징 산골공연예술잔치는 2004년 7월부터 시작해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코로나 19가 한창일 때는 산골 무대에서 한 공연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안방까지 내보냈다. 지금껏 20여년 고수한 원칙은 ‘다시 촌스러움’이다. 농부가 정성스레 나락 농사를 짓고, 자신이 그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며 부모를 그리듯, 고집과 정성으로 공연하고 예술 잔치를 이어가자는 초심이다.
산골공연예술잔치에는 그야말로 전국의 내로라하는 극단·배우 등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3일 공연엔 어릿광대 홍의 ‘서커스 벌룬쇼’, 창작극단 옆집 사는 연극장이의 ‘고양이와 나’, 인형극단 누렁소의 ‘손님’, 밴도 조 등이 여는 ‘산골 작은 음악회’ 등의 무대가 이어진다. 20일엔 특별 공연 ‘우주극장’과 이정훈 한국마임협회장의 ‘해설이 있는 마임’, 박창호 자계 예술감독과 조성진 마임이스트가 함께 하는 ‘몸짓, 탈 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박 예술감독은 “산골공연예술잔치 무대에 서는 모든 작품은 제가 직접 관람한 뒤 작품성과 우리 무대 취지·성격에 맞는 팀을 골라 섭외한다. 잔치 초대자의 초심이자, 좋은 작품을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라고 했다.
2004년부터 이어진 공연예술잔치
주민뿐 아니라 서울 등서도 찾아
올해는 13일부터 20일까지 무대
전국 내로라하는 극단·예술인 찾아
올 기획전 주제 ‘여기 사람이 있다’
“예술잔치 감동, 메아리처럼 번지길”
산골공연예술잔치의 관객은 다양하다. 대전 터 시절부터 익히 알고 찾아온 이들뿐 아니라 멀리 서울과 청주, 이웃 대전·무주 등에서도 알음알음 찾는다. 주 관객은 60여가구 90명 남짓한 자계리 주민이다. 서태현 자계리 이장은 “산골예술잔치는 마을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깊은 산골이라 공연·전시 관람은 엄두도 못 냈는데 해마다 공연 선물을 받으니 주민으로서 너무 고맙고 기쁘다. 공연에 출연하기도 하고, 음식을 장만해 대접하는 등 마을 잔치였는데, 이제 연로한 분들이 많아 어렵지만 마음은 늘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뿐 아니라 볼거리, 할 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도 잔치다. 옛 교실을 꾸민 전시공간 교실 풍경에선 설치(전미영)·목판화(이윤엽)·조소(나규환)·회화(전진경) 등 전시가 열리고, 바깥에선 원예·공예 체험, 추억의 보물찾기 등이 이어진다. 국밥도 나눠준다. 이 모든 잔치를 즐기는 비용은 ‘감동’이다. 저 마다 감동한 만큼 정성을 남기면 되는 ‘감동 후불제’다.
박 대표는 “이번 잔치 기획전 주제인 ‘여기 사람이 있다’처럼 우리 주변 지방, 변방, 산골엔 함께 세상을 누려야 할 이웃이 참으로 많다. 산골 마을 자계예술촌의 예술잔치의 감동이 메아리처럼 이웃으로 번져 함께 행복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