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위험징후 뒤 보호장치 없이 12시간…서소문 고가 붕괴 직전까지 열차 달렸다
한겨레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에 앞서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수차례 이어지고, 상판 붕괴 2시간여 전 1차 현장점검까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반복된 ‘경고’에도 철로 통제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고가 바로 아래 열차 선로로는 사고 1분30초 전까지도 열차가 통과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시 등 설명을 27일 들어보면, 공사 관계자는 서소문고가차도 콘크리트 상판(슬래브) 절단 작업 중 ‘이상 징후’가 발견된 사실을 사고 당일인 전날 아침 7시30분 발주자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유선전화로 처음 보고했다. 같은 날 새벽 2시30분께 2.9㎝의 거더(받침대) 침하로 공사를 중단하고 추가 처짐 방지를 위해 플레이트(강판) 연결 작업을 한지 5시간이 지난 뒤였다.
첫 보고 2시간 뒤 철거 공사 책임감리도 서울시에 ‘긴급하게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대면 보고 했다. 뒤이어 그날 오전 10시50분께 현장소장 등이 모여 1차 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을 점검했다. 오후 1시40분께부터는 서울시 관계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9명이 합동 안전진단을 시작했다. 하지만 53분 만인 오후 2시33분께 거더가 붕괴하면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현장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최초 설계 시 거더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거더가 무너지는 사고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울시에 수차례 보고하고 현장점검까지 벌였지만, 고가 아래를 지나는 도로와 열차 선로에 대한 안전 조처는 사실상 전무했다. 실제 붕괴 사고 직전 고가차도를 담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면, 붕괴 1분30초 전 행신역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향하는 7량 규모의 열차가 고가 아래를 통과했다. 5분여 전에는 케이티엑스(KTX)로 추정되는 20량 규모의 열차도 지나갔다. 승객을 태운 열차가 붕괴 시점에 고가 아래를 지났다면 대형 참사 수준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그간 철거공사 과정에서 열차 운행 통제를 놓고 기관 간 협의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 없이 철로 통제를 국가철도공단에 요청하기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소문고가차도가 무너지면서 중단된 서울∼행신역·수색역 구간에 대해 오는 29일까지 복구 작업을 마친 뒤, 30일께 열차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날 사고 여파로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약 80%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 심의가 나오는 대로 서소문 고가차도에 대해 40시간 안에 철거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인재’ 정황이 짙어지는 가운데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날 새벽 4시까지 관계기관 합동 감식을 진행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토대로 공사 규정과 안전 절차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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