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판 주식, 내일 입금…거래소 "하반기 T+1 업무표준 마련"
머니투데이
정은보 이사장 "논의 초점, 도입 필요 넘어 이행시점으로"
한국거래소가 26일 국내 증권시장 결제일을 매매체결 다음 거래일(T+1)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올 하반기 실무 업무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내년 10월 T+1 결제 시행을 앞둔 유럽연합(EU)·영국과 일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장은 이날 거래소가 한국증권학회·한국예탁결제원과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올 하반기 표준안 마련을 준비 중"이라며 "업계 의견을 경청하고 업무 자동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관계당국·기관 합동으로 북미·유럽권을 찾아 조사한 결과 △시장참여자 참여·소통 △후선업무(post-trade) 자동화 △장기적 편익분석 접근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시사점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은 "미국·유럽 기관들은 한국 증시의 결제주기 단축에 관심을 표하면서도 아시아권의 시차와 외환시장의 접근성 해소가 또다른 요소로 더해질 거란 의견을 냈다"며 "단기적 비용부담은 중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제주기 단축을 잇따라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T+1 결제는 일부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 기준"이라며 "우리 자본시장도 논의가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넘어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국민들은 지난 3년간 12개 증권사가 2거래일씩 쥐고 있던 고객의 결제대금으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이 무려 1805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결제주기 단축은 수백만 개미투자자에게 자금운용의 자유를 돌려주는 일"이라고 했다.
현행 국내 주식거래는 모든 매매체결일(T)로부터 2거래일 뒤(T+2) 주식·매매대금 인도를 마치는 구조다. 이 기한동안 거래소·증권사·예탁원은 매매에 대한 상호확인·청산·차감·확정, 결제·인도 등 작업을 실시한다. 거래소는 회원 증권사의 미결제를 예방하기 위해 증거금을 요구한다.
미국에선 1960년대 결제지연 파동을 계기로 결제주기를 5거래일(T+5)로 규정, 이후 1995년 3거래일(T+3), 2017년 T+2를 거쳐 2024년 T+1까지 단축한 상태다. 2021년 주식 거래량 급증이 증권사 증거금 부족으로 이어지며 매수주문 중단을 촉발한 '게임스탑 사태'는 T+1 도입을 촉발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소·당국의 T+1 추진방침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무적 부담을 해결할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결제 불이행의 발생빈도가 매우 낮고, 가격 제한폭(상한가·하한가) 제도가 있어 미국보다 위험 노출도가 크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후선업무 처리시한이 단축되면 업무부담이 가중돼 결제 실패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노 위원은 "국내 시장환경에선 결제 실패가 곧 기관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후선업무의 정확도에 상당한 투자가 요구된다"며 "미국은 자동화처리시스템(STP) 도입을 의무화했는데, 국내도 비표준 통신수단을 줄이고 인프라 처리용량을 증설하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장은 "후선업무의 중심인 예탁원과 증권사는 사실상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마진콜이나 담보 처리주기 역시 짧아지고, 기준환율 전환과 예수금·반대매매·신용공여 등 기준을 모두 변경해야 해 충분한 테스트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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